한국축구의 ‘특급 소방수’ 신태용…스타 선수 출신, ‘형님 리더십’ 감독

한국축구의 ‘특급 소방수’ 신태용…스타 선수 출신, ‘형님 리더십’ 감독

장은석 기자
입력 2017-07-04 14:32
수정 2017-07-0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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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특급 소방수’ 신태용(47) 감독이 이번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A대표팀을 구할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신태용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신태용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는 4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신 감독에게 국가대표팀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신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남은 두 경기에서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이끌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신 감독은 1969년 10월 경북 영덕군에서 태어나 대구공고, 영남대를 거쳐 1992년 일화 천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생활은 화려했다. 그는 데뷔 첫해 영리한 플레이로 일화의 공수를 조율하며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2004년까지 한 팀에서만 활약했는데, 1995년과 2001년 K리그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등 많은 족적을 남겼다.

대표팀에서는 A매치 23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신 감독은 은퇴 직후인 2005년 호주로 넘어가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퀸즐랜드 로어 FC코치 생활을 하며 자유로운 팀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신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호주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환경적인 요소가 팀 전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가 첫 지휘봉을 잡은 건 2008년이다. 김학범 감독의 후임으로 성남 일화 감독 대행을 맡아 첫 감독직을 수행했다.

그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 K리그와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지도력은 대표팀에서 더욱 빛났다. 신태용 감독은 각급 대표팀이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지휘봉을 잡아 ‘특급 소방수’로서 맹활약했다.

그는 축구대표팀 코치 재직 시절이던 2015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고(故)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중책을 이어받아 팀을 이끌었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서울신문 포토DB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서울신문 포토DB
신태용 감독은 본인의 축구 철학을 올림픽 대표팀에 녹여내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의미 없는 횡패스와 백패스를 금지하고 전진 패스를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공격 축구로 올림픽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석패해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신 감독은 지난해 11월 두 번째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아시아 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팀을 변화시켰다.

이승우, 백승호(이상 FC바르셀로나) 등 개성 넘치는 선수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신태용식 패싱 축구로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했다.

U-20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조별리그서 아르헨티나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젊은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권위적인 모습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도모한 신태용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 빛났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과 ‘형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현재 축구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경질로 팀 분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데, 신태용 감독이 이런 분위기를 바꿀 적임자라는 해석이다.

오랜 기간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특성과 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무게를 실었다.

다만 신태용 감독 특유의 색깔이 짙고, 올림픽과 U-20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승부처마다 수비를 강화하는 실리 축구보다 정면 승부를 펼쳐 고꾸라졌다는 지적은 신태용 감독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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