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승1무71패로 역대 첫 불명예 눈앞
타자 노쇠화 뚜렷해도 기존선수 활용
투수 김민우·윤대경 등 상대적 선전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지난달 2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짐을 챙기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팀의 걸출한 에이스(류현진)가 달았던 등번호이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해(1999년)를 상징하는 이 숫자는 한화 이글스가 7일까지 치른 경기 수다. 그리고 이번 시즌 한화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혹독한 시즌을 보내는 한화는 올해 27승1무71패 승률 0.276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화는 이번 시즌 40승을 거둘 수 있다. 정규시즌은 144경기. 이는 곧 역대 첫 100패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99패를 하면 그나마 다행일까 싶지만 그래도 역대 최다인 97패(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2002년 롯데 자이언츠)를 넘는다.
시즌 초반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치다 보니 한화는 강력한 리빌딩의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를 향해 가는 시점에서 리빌딩의 속도와 결과물이 기대보다 뚜렷하지 않아 고민이 크다. 특히 노쇠화됐다고 지적받는 타선에서 성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출전 경기 수가 많은 10명의 선수 명단을 보면 이용규(35) 91경기, 최재훈(31) 88경기, 정은원(20) 79경기, 정진호(32) 72경기, 김태균(38) 67경기, 노수광(30) 61경기, 노시환(20) 61경기, 오선진(31) 58경기, 송광민(37) 56경기, 최진행(35) 56경기 순이다.
2년 전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8) 자리를 꿰찬 정은원은 예외로 하더라도 기존에 주축이 아니었던 선수로 그나마 노시환이 새 얼굴로 주전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0.198의 타율에 그쳤던 그는 올해도 0.211의 타율로 아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장타력에 가능성은 보이지만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이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밀려날 수 있는 성적이다.
기회를 줘도 확실하게 잡는 선수가 없다 보니 한화는 결국 돌고 돌아 기존 선수를 활용하고 있다. 꾸준한 기회 속에 성장세가 돋보이는 선수가 있어야 리빌딩의 의미가 있지만 한화에게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마운드에선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김민우(25)가 96과3분의2이닝 평균자책점(ERA) 4.10의 성적으로 확실한 선발카드로 자리매김했다. 1군 첫 시즌을 보내는 윤대경(26)이 최근 1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1군 첫 시즌인 강재민(23)도 31경기 1패7홀드 ERA 3.00으로 핵심 불펜으로 떠올랐다. 이 선수들에겐 꾸준함이 관건이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상황에서 한화의 지상과제는 리빌딩만 남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구단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아온 리빌딩이 또다시 흐지부지돼 내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문제로 남게 된다면 한화로서는 상처만 남는 2020년이 될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0-09-08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