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하늘에서 도와준 것 같아요”

“삼촌이 하늘에서 도와준 것 같아요”

입력 2010-11-15 00:00
업데이트 2010-11-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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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死 김형칠씨 조카 균섭씨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

“삼촌, 하늘에서 보고 계시죠.” 광저우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딴 김균섭은 삼촌부터 찾았다. 김균섭의 삼촌은 고(故) 김형칠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종합마술 국가대표였다. 경기 도중 말에서 떨어졌고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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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통산 5번째 단체전 우승을 움켜쥔 한국대표팀이 14일 광저우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걸고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최준상, 김동선, 황영식, 김균섭.  대한승마협회 제공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통산 5번째 단체전 우승을 움켜쥔 한국대표팀이 14일 광저우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걸고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최준상, 김동선, 황영식, 김균섭.
대한승마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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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꿈 이뤄 정말 기뻐”

김균섭은 당시 국내에 있었다. 삼촌과 함께 국가대표에 도전했지만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TV로 사고 소식을 들어야 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고 조금 지난 뒤엔 울기만 했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삼촌을 잃은 조카는 이후 절치부심했다. “못 다한 꿈을 제가 이루고 싶어서….” 짧은 이유였다. 올해 대표선발전을 어렵게 통과했고 14일 끝내 삼촌이 생전에 꿈꾸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형칠은 1986년 서울 대회에서 동메달.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은메달에 그쳤었다.

김균섭은 “아무래도 삼촌이 도와준 것 같다. 삼촌 꿈을 이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운이 따랐다. 단체전은 선수 4명이 출전, 상위 3명의 평균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김균섭은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61.778%로 전체 17위에 머물렀다. 합산 점수에선 제외됐지만 동료들이 선전한 덕이컸다. 김균섭은 “기대만큼 성적이 안 나왔는데 동료들이 도와줬다. 팀을 잘 만나 원하는 것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국가면 삼촌 묘지에 메달 바칠 것”

한국은 김균섭과 함께 최준상(KRA승마단), 김동선(한화갤러리아승마단), 황영식(한양대)이 출전해 중국과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내리 4번 우승했다.

김균섭의 이번 대회 메달은 이게 마지막이다. 이날 올린 성적으로 개인전 출전자격이 주어지다 보니 자연히 개인전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괜찮다고 했다. 그는 “다음 대회에서는 개인전에서도 꼭 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시상식이 끝난 뒤 우승자 퍼레이드 때 동료들은 관중들을 바라봤다. 손 흔들고 미소 지었다. 그러나 김균섭은 혼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국에 가면 삼촌 묘지에 금메달을 바칠 겁니다. 삼촌이 보고 싶습니다.”

광저우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11-1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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