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소부터 대학 입시까지…학교 스포츠 정상화 위해 싹 바꾼다

합숙소부터 대학 입시까지…학교 스포츠 정상화 위해 싹 바꾼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19-06-04 22:20
수정 2019-06-0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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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스포츠혁신위 2차 권고안 발표

학습 기본권 우선…233개 대회 폐지안
선수들 평일 공부·주말
경기 피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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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문경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스포츠 미투’ 사태를 기화로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4일 학교 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전면적 권고안을 내놓았다. 운동부 합숙소 문제부터 시작해 대학 입시까지 학교스포츠와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강력한 개혁을 제안했다.

스포츠혁신위는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 혁신 및 일반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권고’를 발표했다. 올해 초 출범해 지난달 7일 스포츠 인권 분야의 권고안을 내놓은 뒤 후속 발표된 스포츠혁신위의 2차 권고안이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학교스포츠가 교육의 의미를 상실했고, 비정상적 구조가 고착됐다”며 “학교스포츠의 본질은 교육 활동이다. 하지만 다수의 학생 선수들은 학습을 도외시한 반복적인 훈련으로 인해 학력이 저하됐다. 학교스포츠 현장에서 특기자 진학과 관련해 비리가 드러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학교스포츠의 비정상은 엘리트 위주의 시스템의 폐단에서 연유한다”며 “일각에선 학습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학습권은 헌법적 기본권이다. 더이상 유보해선 안 되는 시급하고 중대한 개혁 과제”라고 밝혔다.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금지’ 부분은 이번 권고안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혁신위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선 방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학생 선수들의 학력 저하, 학교 내 이질화 현상, 대학 미진학 특기자의 사회부적응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파악했다. 2018년 기준으로 대회 및 훈련 참가로 인한 평균 결석일은 초등학교 5.1일, 중학교 12.7일, 고등학교 20.8일에 달하고 주당 훈련 횟수도 초·중·고등학생 선수 모두 평균 6회에 이른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혁신위는 운동선수들의 수업 불참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학기 중 주중에 개최되는 233개 대회(전체 38%)를 전면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혁신위 이용수(세종대 교수) 2분과 위원장은 “방학이라는 기간과 주말 일정을 활용하면 조금 더 좋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소년체육대회를 학교 운동부와 학교 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 축전’으로 확대·개편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초등부는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 스포츠축전으로 전환하고, 기존에는 불참했던 고등부가 소년체전에 추가되는 방식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승리 지상주의에 노출되는 부작용을 양산하는 데다, 대회 1~4주 전부터 수업에 불참해 정상적 학교 생활이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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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는 또한 합숙소 전면 폐지, 체육특기자 대학입시 때 교과성적과 출결·면접 반영 등도 함께 권고했다. 다만 체육계 일부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합숙이 필요한 환경에 처한 운동선수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거나 ‘원칙적으로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등의 반론이 제기됐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순수하게 메달 한 번 따보겠다고 몇 십년씩 고생하는 선수들의 가치 있는 꿈은 왜 하찮게 느껴지게 만드시나요? 여러분들께선 왜 공부하셨나요? 좋은 대학 가기 위해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밤샘 공부하신 거 아닌가요? 여러분들은 되고 우리는 왜 안 되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대한체육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미) 과열 경쟁을 방지하고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고자 종합 채점제를 폐지했고, 주말부터 4일간 개최했다”며 “소년체전은 전국체전과 더불어 대한민국 스포츠를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 손범규 회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권고안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엘리트 죽이기’가 아니라 ‘엘리트 살리기’를 하고 있다”면서 “지금 벽을 열지 않으면 엘리트 선수들의 성장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략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해 권고안에 첨부했다”면서 “관계 부처는 앞으로 로드맵을 수립해 한 단계 한 단계 실행해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06-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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