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다시 바닥에서’…새로운 도전, 김기태 리더십

[프로야구] ‘다시 바닥에서’…새로운 도전, 김기태 리더십

입력 2015-02-26 10:21
업데이트 2015-02-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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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을 보유한 인기 구단, 그들에게 최근 수 년간 실망만을 안긴 팀 성적, 주축 선수의 이탈, 또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 전력, 여러 사건으로 상처 입은 선수단, 새로 지휘봉을 잡은 자신을 향한 팬들의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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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지휘하는 김기태 감독
훈련 지휘하는 김기태 감독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이 25일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현 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태(46·KIA 타이거즈) 감독이 맞이한 2012년과 2015년은 3년을 사이에 두고 묘하게 닮아 있다.

김기태 감독이 2012년 LG 트윈스에서 감독 인생을 시작했을 때, 그의 처지는 ‘사면초가’였다.

당시 LG는 2002년을 마지막으로 9년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해 조롱을 받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에 휘말려 유망한 투수를 잃어버려 성적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웠으며, 이름값 높은 감독의 부임을 바라던 열성팬들은 ‘초보 감독’을 향해 싸늘한 시선만을 보냈다.

그러나 당시에도 묵묵히,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하나로 묶은 김 감독은 부임 첫 시즌 7위에 그쳤으나 이듬해 플레이오프에 직행시켜 11년 만에 LG의 ‘가을야구 한’을 풀어냈다.

그리고 올해, KIA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을 둘러싼 상황은 2012년보다 못하면 못했지 낫다고 하기 어렵다.

2009년 우승의 영광을 마지막으로 내리막을 탄 KIA는 지난 2년간 연달아 9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키스톤 콤비인 김선빈·안치홍이 모두 입대하고 톱타자 이대형이 빠져나가는 등 전력 누수가 심해 올해도 KIA의 전력은 나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전임 선동열 감독은 비난 여론에 밀려 재계약했다가 사퇴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는 등 분위기도 좋다 할 수 없다.

지난해 시즌 초반 갑작스럽게 LG의 지휘봉을 놓은 탓에 김 감독을 미심쩍어하던 팬들은 이대형의 이탈 이후 그를 향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거듭 보내고 있다.

올 스프링캠프 들어 치른 연습경기에서 8전 전패를 기록하자, 비난 여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KIA의 훈련 본거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긴에서 만난 김 감독은 3년 전 그랬듯이 묵묵하게, 조급함 없이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다.

연습경기 8연패에 대해 “아무 의미 없다”고 밝힌 김 감독은 오히려 3월 벌어질 시범경기에서도 연패를 감수할 수 있다는 태도다.

시범경기에서 팀을 둘로 나눠, 한 팀이 경기를 벌이면 나머지 한 팀은 자체 연습경기를 치르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구상이다.

이는 김 감독이 3년 전 LG에서와는 약간 다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당시 2군 감독을 거쳐 1군 사령탑에 취임, 이미 선수들을 속속 파악했던 것과 달리 김 감독은 이제 갓 KIA에 부임해 기존의 주축들 외에는 선수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완벽한 전력으로 시범경기 승리를 노리기보다는 계속 경기를 하며 선수들의 성향을 두루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연습경기에서 연전연패 중임에도 주축 선수들의 출전을 줄이고 뚝심 있게 계속 백업 선수들을 투입하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26일 오키나와시 야구장에서 우천으로 중간에 취소된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경기에서도 김 감독은 수 차례 반복된 역전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중반 이후 백업 멤버들을 교체 기용할 계획이었다. 김 감독은 “우리는 계속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능성을 발견한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고, 기존 베테랑들과 자연스럽게 한 팀으로 묶어내는 것이 앞으로 김 감독의 할 일이다.

LG에서 해낸 ‘김기태의 마법’이 그랬다.

무리한 세대 교체를 시도해 반감을 사기보다는 기존 베테랑들의 마음을 얻어 팀의 기반을 세우고, 그 틀 안에서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등 어린 선수들도 꾸준히 빈 곳을 채우도록 키웠다.

지금도 이름값 높은 KIA의 주축들을 향해 김 감독은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임준섭, 임기준, 임준혁, 황대인, 이인행, 서용주, 최병연 등 유망주들은 꾸준히 연습경기 출전 기회를 얻어 그라운드를 뛰어다닌다.

”우리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데, 기죽지 않게 너무 나무라지 말아 달라”며 감싸는 태도도 여전하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대로, 바닥으로 다시 내려온 김 감독이 KIA에서 또 한 번 반전을 일구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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