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허감독 은혜갚은 인천 아이들

[프로축구] 허감독 은혜갚은 인천 아이들

입력 2011-04-19 00:00
업데이트 2011-04-1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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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18일 발표한 ‘축구선수 생애주기 모형’에 따르면 축구선수의 선수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축구를 시작하는 초등학생 시절 가장 높았다가 중·고·대학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학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동시에 커지기 때문. 이후 프로나 실업무대에 진출 뒤에는 선수생활 만족도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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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로나 실업 진출 뒤에도 치열한 주전 경쟁은 계속된다. 그 과정에서 부상이나 부진으로 단 한번도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들도 많다. 그렇게 빛을 잃어 가던 키 작은 선수 2명이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준 감독에게 골로 보답했다. 주인공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재웅(23)과 박준태(22). 둘은 지난 17일 성남전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리며 허정무 감독에게 리그 첫 승리를 안겼다.

김재웅은 풍생중 3학년 때 당시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이던 허 감독의 눈에 띄어 백암고에 진학했다. 꿈은 자랐지만 키는 173㎝에서 멈췄다. 집안 형편마저 어려워 지난해에는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에서 6개월 동안 뛰었다. 그나마 6경기에 나온 것이 전부. 올해 프로무대 문을 두드렸지만 어느 구단도 불러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도전했던 인천의 공개 입단 테스트에서 다시 만난 허 감독이 그를 붙잡았다. 김재웅은 이날 경기 시작 1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려 인천의 리그 첫 승리의 주춧돌을 놨다. 그는 “열심히는 하는데 잘하지 못하는 선수였다. 감독님께 꼭 보답하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박준태는 지난 2001년 허 감독의 용인축구센터 1기로 뽑혔다. 신갈고를 거쳐 고려대에 진학, 청소년대표에도 뽑히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키가 172㎝에서 멈췄다. 발목 인대 수술을 받아 1년의 허송세월을 보냈다. 대학을 그만두고 천안시청을 거쳐 2009년 울산에 입단했다. 벤치만 달구다 지난해에는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6개월 동안 임대되기도 했다. 경기력은 올라가지 않았다. ‘이대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불안한 생각에 휩싸였던 지난겨울 허 감독이 그를 불렀다. 후반 17분 유병수와 교체된 박준태는 K리그 데뷔 3년 만에 13번째 출전 경기에서 인천의 기나긴 무승행진을 끊는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그는 “나를 믿어 주신 감독님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1-04-1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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