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소녀 가족 “자랑스러운 딸, 안아주고 싶어요

태극소녀 가족 “자랑스러운 딸, 안아주고 싶어요

입력 2010-09-29 00:00
업데이트 2010-09-29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우리 딸 빨리 안아주고 싶은데..” “아이고 화장도 했네. 입이 귀에 걸렸다 걸렸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의 위업을 쌓고 28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태극 소녀’들의 부모들은 세계 정상을 정복하고 돌아온 딸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취재진과 환영객이 몰린 탓에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 공식 귀국 기자회견이 열리기 1시간30분 전부터 입국장에는 선수 가족은 물론 입국 현장을 생중계하려는 방송사 등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막판에는 한국에 첫 국제축구연맹(FIFA) 우승컵을 안긴 주역들을 보려는 공항 이용객들까지 모두 500여 인파가 북새통을 이뤘다. 선수들의 출신 학교는 물론 최덕주 감독의 출신고인 동래고 등에서도 우승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우승 주역들을 맞이했다.

선수들이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기자회견을 한 뒤 곧바로 환영 행사장으로 향하는 버스로 올라타는 바람에 가족들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딸과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득점왕과 MVP를 독식한 여민지(함안대산고)의 아버지 여창국씨와 어머니 임수영씨는 “직접 마주보고 꼭 안아주고 싶은데 너무 멀리 있다”며 먼발치에서 딸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여민지가 기자회견에서 부모에게 감사인사를 전하자 끝내 눈물을 쏟고 만 임수영씨는 “결승전을 앞두고는 밥도 안넘어가서 라면 하나 먹는둥 마는둥하고는 40시간을 못잤다. 골잡이가 결승전에서 골을 못 넣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정말 자랑스럽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마지막 여섯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장슬기(충남인터넷고)의 아버지 장영복씨는 “마지막에 슬기가 걸어나와서 가슴이 철렁했다”며 당시의 떨리는 심경을 전했다.

장씨는 “솔직히 그 상황에서 성공하면 영웅이지만 실패하면 역적이 될거라는 생각에 제발 우리 딸은 안 나오길 바랐다”며 “그래도 엄마를 닮아 강심장이어서 침착하게 잘 해내는 모습을 보고는 운명이나 기회라는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감격해했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었지만 승부차기에서는 첫번째 키커로 나서 골키퍼에게 막혔던 미드필더 이정은(함안대산고)의 어머니 김미자 씨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정은의 초등학교 시절 일기와 유니폼, 경기 사진 등을 품에 안고 선수단을 기다린 김씨는 “승부차기 때 골키퍼 김민아가 꼭 막아달라고, 우리 선수들은 당당하게 골망을 흔들어달라고 기도했다. 그때 마음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드필더 이금민(현대정보과학고)의 어머니 박정현씨는 “다칠 때마다 운동을 시킨 것을 후회하기도 했는데 이제 보람을 느낀다”면서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금민이 일본과 결승전에 선발출전했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찍 교체된 것이 아쉬울 법도 했지만 박씨는 “오히려 더 나았다. 금민이 때문에 팀 페이스에 마이너스가 될 뻔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며 세계 챔피언의 어머니다운 모습도 보여줬다.

여민지와 ‘투톱’으로 뛰다 대회 도중 부상으로 고생한 김다혜(현대정과고)의 어머니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열심히 뛰어준 딸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그동안 약 한번 먹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부상을 완전히 떨치고 앞으로 더 큰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한약이라도 달여 먹여야겠다”고 말했다.

영종도=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