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로 뒤덮힌 그라운드

태극기로 뒤덮힌 그라운드

입력 2010-09-26 00:00
업데이트 2010-09-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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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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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여자월드컵 우승 환호 26일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일본을 꺽고 우승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U-17여자월드컵 우승 환호
26일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일본을 꺽고 우승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6번째 키커로 나선 장슬기(16)가 공을 들어다 승부차기 지점에 올려놨고 잠시간 공을 지켜보던 똘똘한 얼굴의 소녀는 오른발로 왼쪽 골문을 향해 정확히 공을 밀어넣었다.

일본팀 골키퍼가 공을 따라 몸을 날렸지만 쭉 뻗은 손은 허공을 가로 지었다.

한국축구 사상 첫 월드컵 대회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장슬기는 공이 골망을 흔들자 뒤로 돌아 동료들이 서 있던 하프라인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고, 장슬기의 환한 모습에 어깨걸이를 했던 동료들도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최후의 골을 쏜 장슬기를 얼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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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커 장슬기의 끝내기 골  26일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한국팀의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와 승리를 이끈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1) 선수가 골을 넣은뒤 환호하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키커 장슬기의 끝내기 골
26일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한국팀의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와 승리를 이끈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1) 선수가 골을 넣은뒤 환호하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포토] ‘태극소녀’ 월드컵 우승…불모지에서 꽃피운 여자축구

벤치 앞에 서서 마음을 졸였던 선수들과 코치진도 함성을 내지르며 경기장으로 쏟아져나오면서 그라운드는 일순간 환호하는 태극소녀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골문과 코너킥 사이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골키퍼 김민아(17)는 장슬기의 마지막 골에 실신한 듯 그만 주저 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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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겼다 26일 울산시 동구 서부동 현대스포츠클럽에서 한국과 일본의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하던 울산의 현대정보과학고 여자축구 선수들이 한국 팀이 승부차기 끝에 일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환호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한국 이겼다
26일 울산시 동구 서부동 현대스포츠클럽에서 한국과 일본의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하던 울산의 현대정보과학고 여자축구 선수들이 한국 팀이 승부차기 끝에 일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환호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하프라인에 모여있던 태극소녀들은 얼굴을 감싼 김민아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누며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동료를 달래 겨우 일으켜세웠다.

벤치에서 경기장으로 달려온 김유진(17)은 감정이 복받친 나머지 울먹거리는 동갑내기 김빛나를 껴안은 채 간절히 바랐던 감동의 순간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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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소녀들 “와~우승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이 기념촬영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태극소녀들 “와~우승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이 기념촬영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태극소녀들은 경기장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쳐대던 동포 응우단으로부터 태극기를 넘겨받아 하늘 높이 흔들며 이리저리 마음가는 대로 뛰기 시작했다.

태극기를 몸에 감싸고, 동료와 함께 깃봉을 쥐고 흔들며 열 일곱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경기 동안 관중석을 덮었던 대형 태극기도 태극소녀의 몫이 됐다.

단짝이었던 이금민(16)과 장슬기가 동포들로부터 대형 태극기를 넘겨받아 달려나오자 너나없이 달려들어 태극기를 붙잡고 경기장을 돌기 시작했고 161분간 혈투가 벌어졌던 녹색 그라운드는 태극기로 물들었다.

관중석을 꽉 메웠던 1만5천여명의 트리니다드토바고인들은 대형 태극기를를 활짝 편 채 달리는 태극소녀들을 향해 환호를 보내며 감동의 드라마에 함께 했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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