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신 떠난 빈 그라운드 하늘의 눈물로 채웠다

양신 떠난 빈 그라운드 하늘의 눈물로 채웠다

입력 2010-09-20 00:00
업데이트 2010-09-20 00: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루로 죽을듯 내달린 18년…이젠 팬들의 가슴에서 달린다

스윙을 한 두 팔은 하늘을 향해 만세를 불렀다. 팬들은 ‘위풍당당’을 목 터져라 외쳤다. 지난 18년 동안 익숙하게 봐왔던 모습이다. 그런데 이제 더이상 볼 수가 없다. 프로야구 삼성 양준혁. 19일 대구에서 SK를 상대로 은퇴경기를 치렀다. 양준혁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의 만세타법도, 공을 때린 뒤 1루로 죽을 힘 다해 달리던 모습도 이날이 마지막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도리가 없다. 그라운드는 떠나는 자와 남는 자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다만 중요한 건 ‘기억’이다. 양준혁이 구르고 달리고 넘어지던 모습을 팬들은 기억할 테다. 사람은 가도 기억은 남게 마련이다.

이미지 확대
19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프로야구 SK-삼성전이 끝난 뒤 삼성 양준혁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19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프로야구 SK-삼성전이 끝난 뒤 삼성 양준혁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양준혁 은퇴경기 4타수 무안타… 전날 대구구장 텐트족 등장 눈길

이날 대구구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구장 주변으로 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기 전날엔 아예 텐트촌으로 변했다. 현장판매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12일 인터넷 예매분은 판매 개시 25분만에 전 좌석 매진됐다. 줄은 300m 이상 이어졌다.

이미지 확대
양준혁(오른쪽)이 19일 은퇴행사에서 유니폼을 반납한 뒤 김재하 단장을 포옹하며 울먹이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양준혁(오른쪽)이 19일 은퇴행사에서 유니폼을 반납한 뒤 김재하 단장을 포옹하며 울먹이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양준혁은 평소와 같았다. 경기 전 표정 변화 없이 배팅 훈련을 했다. 타구 7개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수비 훈련도 정상적으로 마쳤다. “공이 나한테 많이 안 와야 할텐데….” 농담도 던졌다. SK 이만수 수석코치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포옹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양준혁은 이만수를 보며 야구선수 꿈을 키웠다. 대구 야구팬들이 누구보다 사랑했던 둘은 등 두드리고 손을 맞잡았다. 경기 내용은 살짝 아쉬웠다. 3번 타자 겸 1루수로 나섰다. 첫 타석은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상대 선발은 리그 최고 왼손투수 김광현이었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위풍당당 양준혁’을 소리쳤다. 마운드의 김광현은 모자를 벗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투구는 말 그대로 정면승부였다. 김광현은 최고의 투구로 선배를 향한 예우를 다했다. 첫 타석 3구 삼진 당했다. 148㎞ 직구와 예리하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양준혁 방망이가 헛돌았다. 4회말 2번째 타석에서도 또다시 삼진이었다. 김광현의 직구는 151㎞까지 찍었다. 7회말 세번째 타석에선 4구째 바깥쪽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야구는 내 모 든 것” 마지막까지 전력질주

마지막은 내야 땅볼이었다. 9회말 바뀐 투수 송은범의 3구째 직구를 건드렸다. 타구는 2루수 정근우를 향해 굴러갔다. 완벽한 아웃타이밍. 그러나 양준혁은 언제나처럼 전력질주했다. “죽을 힘을 다해 1루를 향해 뛰겠다.”던 경기 전 약속을 지켰다. 1루 베이스를 밟고는 한참을 파울라인을 따라 달려갔다. 양준혁은 그런 타자였다. 마지막까지 양준혁은 양준혁다웠다. 경기는 끝났다. 양준혁은 “야구는 내 모든 것이었다. 고향 품에서 야구를 떠나게 된 게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팬들은 양준혁을 연호하며 울었다. 무뚝뚝하던 양준혁도 끝내 눈물을 보였다.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2010-09-20 20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