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어 ‘계절성 독감’도 잡는다

코로나 이어 ‘계절성 독감’도 잡는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12-09 17:32
수정 2020-12-10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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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독감 사망자 해마다 증가 추세
美·벨기에·오스트리아 공동 연구팀
헤마글루티닌 단백질 줄기 부분 공격
‘종합 독감 백신’ 임상 1상 시험 성공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변종 차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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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계절성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지정하는 독감 바이러스형에 따라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은 다른 백신들처럼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종합 독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현재 계절성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지정하는 독감 바이러스형에 따라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은 다른 백신들처럼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종합 독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 거의 1년 만에 예방 백신이 개발돼 영국에서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한국에서도 내년 상반기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년 가까이 코로나19에 밀리던 인류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의 위세에 눌려 잊고 있었지만 겨울이 되면 나타나는 계절성 독감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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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전 세계로 확산돼 세계 인구 3분의1에 해당하는 5억명이 감염되고 1000만~50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영상.  위키피디아 제공
1918년 전 세계로 확산돼 세계 인구 3분의1에 해당하는 5억명이 감염되고 1000만~50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영상.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겨울(2019~2020) 미국에서는 3800만명이 독감에 걸리고 2만 2000명이 사망했다. 2017~2018년 독감 대유행기에는 미국인 4500만명이 감염되고 6만 1000명이 사망했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통계청 사망통계 데이터를 통해 최근 10년간 독감 사망률을 분석,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독감 사망자 수도 2009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만큼 계절성 독감의 정복도 시급하다. 독감 백신은 거의 매년 변이를 일으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세계 각지 바이러스 유행 정보를 종합해 다음해에 유행할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 발표하면 각 제조사에서 이에 맞춰 백신을 만든다. 3가, 4가 백신이라고 하는 것은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와 범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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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용되는 계절성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헤마글루티닌(HA)의 ‘머리’(진한 푸른색)에 대한 항체를 유도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종합 독감 백신 후보물질은 줄기(연청색) 부분에 대한 항체를 유도한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제공
현재 사용되는 계절성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헤마글루티닌(HA)의 ‘머리’(진한 푸른색)에 대한 항체를 유도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종합 독감 백신 후보물질은 줄기(연청색) 부분에 대한 항체를 유도한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제공
과학자들은 다른 감염병 백신처럼 모든 독감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종합 독감 백신’(universal influenza vaccine)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국제보건·신종병원균연구소, 티슈 암센터, 백신혁신·접근센터(CVIA), 신시내티대 의대 소아과, 신시내티 아동병원, 듀크 임상의학연구소, 듀크대 의대 인간백신연구소, 시카고대 의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벨기에 연구소, 오스트리아 자연자원생명과학대 생명공학과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종합 독감 백신을 개발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 1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의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솟아 있는 헤마글루티닌(HA) 단백질의 줄기 부분을 표적으로 하는 백신 후보물질을 만들었다. HA 단백질 줄기 부분은 변이를 많이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A 단백질 줄기 부분을 타깃으로 한 백신은 만들기가 어려워 지금까지 나온 백신들은 HA 단백질 머리 부분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연구팀은 HA 단백질 줄기 부분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머리 부분 단백질을 따로 만들어 결합시킨 ‘키메라 HA 단백질’을 만들고 이를 A형 독감 바이러스와 결합시킨 종합 독감 백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미국 내 거주하는 성인 남녀 65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종합 백신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면역유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 1상 시험을 실시한 결과 다양한 독감 바이러스에 면역반응을 보였으며 백신 효과도 최소 18개월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리언 크레이머 아이칸의대 교수(백신개발·바이러스학)는 “종합 독감 백신은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와 변종까지 막을 수 있어 코로나19에 버금가는 피해를 입히는 독감 대유행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12-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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