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변호사 성공보수 무효’ 판결 사전기획 정황

양승태 대법원, ‘변호사 성공보수 무효’ 판결 사전기획 정황

입력 2018-07-26 14:30
수정 2018-07-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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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반대입장 변협 압박 차원”…검찰 임종헌 USB서 문건 확인
전원합의체서 전격적으로 무효 판결… 박 前대통령에 ‘법원 치적’ 홍보
양승태·박병대 압수수색 영장 잇단 기각(CG)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양승태·박병대 압수수색 영장 잇단 기각(CG)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해 변호사 성공보수 관련 소송의 결론을 사실상 미리 내놓고 재판을 기획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압수한 USB(이동식저장장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구상이 담긴 문건들을 확보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2015년 1월 작성한 ‘형사사건 성공보수 규제 도입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해 대한변협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 문건에서 ▲ 현행 관련 규정 및 판례 ▲ 해외 입법례 ▲ 도입 가능성 및 추진전략 등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를 다각도로 검토했다.

당시 회장 당선자 신분이던 하창우 전 변협회장은 상고법원의 위헌성 등을 거론하며 집행부 출범 전부터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설치 구상에 반대 입장을 강하게 냈다. 성공보수 약정의 무효화를 청구하는 소송은 같은 해 1월 대법원에 접수된 상태였다.

실제로 대법원은 같은 해 7월23일 판례를 변경해가며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민법상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보고 무효라고 판결했다. 종전 판례는 성공보수 약정을 원칙적으로는 유효하다고 보고, 금액이 부당하게 과한 경우에만 신의성실 원칙을 들어 일부를 무효로 판단했었다.

당시 대법원은 대법관 13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판례를 변경했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판결을 내려 법조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을 앞둔 같은 해 8월1일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법원장 접견 및 오찬 말씀’ 문건에는 성공보수 무효판결을 대법원의 ‘치적’으로 거론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상고법원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닷새 뒤인 8월6일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대한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하 전 회장의 수임내역과 재산을 조사하는 등 사실상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공작을 벌인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하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성공보수 관련 소송의 진행 경과 등을 물었다.

하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하기로 기획하고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청와대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는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판결 결론을 미리 내리는 기획을 하고 대법관들이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당시 성공보수 무효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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