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폐 손상 위험도는 ‘116배’

가습기 살균제 폐 손상 위험도는 ‘116배’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6-05-08 22:58
수정 2016-05-0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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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3년 전 위험 조사하고도 뒤늦게 공개

첫 조사때는 위험도 47배 높아… 대조군 바꾸자 2배 이상 커져

보건당국이 2013년 자체 연구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면 폐 손상 위험도가 116배나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를 올해 3월에서야 뒤늦게 공개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3년 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폐 손상 환자 16명과 연령과 성별이 같은 일반인 60명을 대조해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람의 폐 손상 위험도를 분석했다. PHMG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화학물질이다.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람의 폐 손상 위험도는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116배 높게 나타났다. 2011년 8월 첫 조사 때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의 폐 손상 위험도가 47배 높았는데, 대조군을 바꿔 다시 조사하자 위험도가 무려 2배 이상 뛴 것이다. 노출 시간이 길수록 폐 손상 위험도도 커졌다.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더 밀접한 연관 관계를 밝혀낸 것이지만, 연구팀은 조사 결과를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2011년 조사 때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11년 조사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재검증하고자 다른 대조군으로 테스트를 한 번 더 했는데, 위험도 수치 말고는 달라진 내용이 없어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는 2015년에서야 논문으로 작성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의 올해 3월 18일자에 실렸다.

당시 연구에 참가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과의 연관성은 이미 2011년 조사 때 입증됐고, 2012년부터는 피해자 사례조사에 집중해야 했다”며 “더 급한 일을 했을 뿐,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05-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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