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심층진단 ②] 대학들이 말하는 문제 사례

[입학사정관제 심층진단 ②] 대학들이 말하는 문제 사례

입력 2010-03-16 00:00
업데이트 2010-03-1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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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 지원서류에 “B대 입학이 꿈” 추천서·자기소개서 내용도 상충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통과하려면 A4 용지 2상자쯤 되는 관련 자료를 내야 할 것만 같다. 실제로 그 정도 분량의 서류를 제출한 학생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이다. 열성이 지나쳐 사정관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지나친 무성의함에 당혹스러운 경우도 많다. 사정관 전형을 준비할 기간이 짧고, 사정관 전형에서도 ‘소신 지원’이 아닌 ‘막판 눈치지원’이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 사정관은 지난해 관련 서류를 보다가 실소한 일화를 들려줬다. ○○대에 지원하는 학생이 버젓이 “△△대에 입학하는 날을 꿈꿔 왔다.”고 쓴 것이다. 단순 실수라고 하기에는 캠퍼스를 둘러 본 경험이나 닮고 싶은 졸업생의 모습까지 모두 △△대에 적합한 사례들이었다. 다른 대학 사정관은 경쟁대학 마크가 찍혀 있는 용지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예컨대 호랑이 상징을 쓰는 고려대에 지원할 학생이 연세대 상징인 독수리 마크가 선명한 리포트 용지에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수시전형에서 복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원서 제출에 임박해 지원 대학과 학과를 변경할 경우 이런 실책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물리학과를 바라보고 진로계획을 세우고 관련 행사를 다녔는데, 막판에 화학과를 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에는 비교과 활동에 대한 서류와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상충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배달사고가 난 서류를 받은 사정관의 반응은 양편으로 갈린다고 한다.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는 실수이니 학생의 잠재력에 집중해서 다른 학생과 똑같이 평가해야 한다는 측과 기본 자세가 안 됐으니 탈락시켜야 한다는 측으로 나뉜다. 일반 회사 취업에서도 벌어질 만한 논쟁이다.

교사가 쓴 추천서와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의 의견에 맞춰 관련된 자질에 대해 추천서를 썼는데, 그 동안에 학생이 지원하는 과가 바뀐 경우이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과 추천서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한국 문화에서 추천서를 쓸 때 무조건 좋은 내용으로 포장하는 관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사정관은 “심지어 학생들이 쓴 추천서 참고자료를 그대로 붙인 것처럼 주어가 ‘나는’으로 시작하는 추천서도 있었다.”면서 “고교 현장에서 좀 더 성의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적인 제본 때문에 사교육을 받은 이력이 들통난 적도 있다. 지난해 사정관 전형을 본 한 대학에 클립 부분을 종이 테이프로 깔끔하게 정리한 서류가 대량으로 접수됐는데, 조사해 본 결과 특정 학원이 단체로 정리를 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가장 깔끔한 서류를 냈던 학생들이 가장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03-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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