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기억할 마지막 숨비소리… “오늘 죽어도 여한이 어수다”

바다가 기억할 마지막 숨비소리… “오늘 죽어도 여한이 어수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4-11-27 16:53
수정 2024-11-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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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해녀들이 지난 25일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제주해녀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해녀은퇴식을 갖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해녀들이 지난 25일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제주해녀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해녀은퇴식을 갖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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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오른쪽) 한국 걸스카우트 총재가 서귀포시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열린 제3회 해녀은퇴식에서 은퇴하는 해녀들에게 명예지도자증을 수여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김종희(오른쪽) 한국 걸스카우트 총재가 서귀포시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열린 제3회 해녀은퇴식에서 은퇴하는 해녀들에게 명예지도자증을 수여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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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귀포시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한림읍 수원리 해녀 11명이 은퇴식을 가진 뒤 축하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25일 서귀포시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한림읍 수원리 해녀 11명이 은퇴식을 가진 뒤 축하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오늘 죽어도 여한이 어수다(없어요).”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한 행사장에선 한평생 거친 바다를 밭 삼아 억척스러운 삶을 이어온 삼춘(어른을 뜻하는 제주 방언) 해녀 11명의 은퇴식이 열렸다. 가족을 위해 평생 물질을 해야 했던 해녀들의 헌신에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자리다. 세계적으로 해녀는 제주도와 일본에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엔 고순신(85), 김대순(85), 김순희(87), 김실지(82), 김영제(88), 김옥순(75), 김춘자(82), 백찬옥(85), 송순선(89), 오죽향(89), 유춘선(87) 씨 등 11명이 참가했다. 삼춘 해녀들을 자신이 이름이 불릴 때마다 눈물을 글썽였다.

해녀는 제주 여성의 역사이자 삶이다. 척박한 땅에서 물질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던 제주 여성들의 고단한 노동이 삶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제주 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2017년엔 국가무형문화재(132호)로도 이름을 올렸다.

말이 좋아 문화재지 예나 지금이나 목숨을 거는 노동이다. 그래서 ‘해녀들은 먹고살기 위해 저승으로 들어가고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때 2만명이 넘었던 제주 해녀는 지난해 말 기준 2800명까지 줄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 고령 해녀다. 매년 300명 은퇴하지만 물질을 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이는 한해 30명도 안된다.

협회는 ‘사라지는 제주의 유산들’을 기리기 위해 은퇴식을 열고 있다. 지난 5월과 10월 각각 한림읍 귀덕2리와 구좌읍 하도리에서 은퇴식을 진행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한국걸스카우트는 은퇴 해녀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명예지도자증을 헌정했다.

최고령 은퇴자인 송순선(89)씨는 지도자증을 받으며 “스무살 전에 해녀를 시작해 70년 넘게 물질만 하고 살았다”며 “평생 오늘처럼 기쁜 적은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종훈 제주해녀문화협회 이사장은 “등에 관을 짊어지고 들어가는 고된 직업이 해녀”라면서 “앞으로도 제주 해녀 문화를 보존하고 이어가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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