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피부, 잘라낸 팔다리…미국의 ‘좀비랜드’ 마약 거리를 가다 [아무튼 현장]

썩은 피부, 잘라낸 팔다리…미국의 ‘좀비랜드’ 마약 거리를 가다 [아무튼 현장]

홍윤기 기자
홍윤기 기자
입력 2024-05-22 17:54
수정 2024-05-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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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한 여성이 퉁퉁 부은 손으로 주사기를 들고 있다. 그의 양팔에는 마약 중독 영향으로 썩어버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붕대가 감겨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한 여성이 퉁퉁 부은 손으로 주사기를 들고 있다. 그의 양팔에는 마약 중독 영향으로 썩어버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붕대가 감겨있다.
“사랑하는 남편도 딸도 마약 때문에 다 잃었어요. 길거리에 나온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일명 ‘좀비 랜드’로 불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거리에서 만난 펜타닐 중독자 수잔(34·가명)은 불안한 듯 퉁퉁 부은 손을 깨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3년 전 한 술자리에서 친구의 권유로 펜타닐을 우연히 접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펜타닐은 끊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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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마약을 투약한 뒤 몸이 굳은 채 서 있다. 마약 중독 영향으로 그의 손이 붉게 변해있다.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마약을 투약한 뒤 몸이 굳은 채 서 있다. 마약 중독 영향으로 그의 손이 붉게 변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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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 거리의 젊은 사람들이 마약에 취한 상태로 거리를 서성이고 있다.
켄싱턴 거리의 젊은 사람들이 마약에 취한 상태로 거리를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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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골목에서 사람들이 마약에 취해 가만히 서 있다.
주택가 골목에서 사람들이 마약에 취해 가만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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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있는 사람들. 붉은 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썩은 살이 보인다.
거리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있는 사람들. 붉은 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썩은 살이 보인다.
이날 켄싱턴은 거리는 수잔과 같은 중독자 수백 명이 마약을 투여한 채 널부러져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펜타닐 중독으로 인해 팔다리가 썩어 신체 일부를 절단한 상태였다. 등이 굽은 채 팔을 아래로 쭉 뻗은 좀비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펜타닐 복용 후 뇌 손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 증상이라고 한다.

거리 한복판에서 대낮에 단체로 투약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와 오물로 거리엔 악취가 풍겼고, 깨진 유리창과 가로등이 위협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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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좀비랜드’로 알려진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 이들 중 상당수가 외부 지역 사람으로,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가 중독으로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명 ‘좀비랜드’로 알려진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 이들 중 상당수가 외부 지역 사람으로,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가 중독으로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켄싱턴 마약 지대는 약 3㎞로, 크게 [A], [B], [C] 구역으로 나뉜다. 주택가 내부인 [A] 구역은 갱단 주도로 성매매와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접근이 어렵다. 사진 속 거리는 [B], [C] 구역으로 길 한편에는 중독자들이 텐트촌을 형성하고 노숙 생활을 하고 있고, 건너편에선 총기를 소지한 거래상들이 각종 마약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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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목에 주사기를 꽃은 채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 이곳에선 길거리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 여성이 목에 주사기를 꽃은 채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 이곳에선 길거리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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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 거리 100m 거리에 위치한 멕퍼슨 스퀘어 공원 바닥에 마약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다.
켄싱턴 거리 100m 거리에 위치한 멕퍼슨 스퀘어 공원 바닥에 마약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다.
마약 투여에 사용된 주사기는 길거리에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시청은 무료로 주사기를 지급했다. 마약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에이즈 등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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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취한 여성 너머로 자전거를 탄 지역 경찰들이 거리에 멈춰있다.
마약에 취한 여성 너머로 자전거를 탄 지역 경찰들이 거리에 멈춰있다.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눈앞에서 마약 투여 장면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거리에서 300m 정도 떨어진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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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모습.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모습.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던 한국도 이미 비상 상태에 접어들었다. ‘일반인도 5분이면 마약을 살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마약은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다. 법무부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마약사범은 무직(31.5%), 회사원(6.2%), 노동자(4.3%), 학생(3.0%), 예술·연예 분야 종사자(0.4%)로, 대다수가 일반인들이었다.

지난해 9월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역대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마약류 범죄 암수율이 28.57배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기준 국내 마약 사용자는 5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마약 신흥국’이란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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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남성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켄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마약으로 인해 신체의 일부를 절단했다.
휠체어를 탄 남성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켄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마약으로 인해 신체의 일부를 절단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마약 중독자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하는 채왕규 목사(57)는 “마약은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마약을 권했을 때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마약을 하지 않는 방법”이라면서 “한국이 켄싱턴 같은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초기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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