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 때마다 되풀이되는 결항사태
2020년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결항 승객 우선 자동배정 시스템 가동
매출 1조 클럽 저비용항공사들 도입 미뤄
고객 서비스 외면… 해마다 줄서기 되풀이
제주공항 지난해 기상악화 결항일수 18일
지난해 표 못 구해 공항 노숙 승객은 781명


지난 23일 폭설과 강풍으로 제주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자 일부 승객들이 대체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승객들이 이튿날 선착순 예약을 하기 위해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본부에서 나눠준 모포와 매트를 깔고 꼬박 밤을 새우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23일 제주공항 출발장 어린이놀이터에서 일부 승객들이 이튿날 항공권을 선착순 구매하기 위해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본부측이 제공한 모포와 매트를 깔고 밤을 지새우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아무리 제주가 기상악화에 따른 결항이 잦다고 해도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도래한 2024년 1월에도 공항 노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원인은 저비용항공사들이 대체 항공편 자동 배정 시스템(DT) 도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제주공항 출발장 3층 저비용항공사 발권데스크 앞에는 예약변경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길고 긴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제주 강동삼 기자
그러나 저비용항공사들은 시스템 도입을 미루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국제선 운항 예정이던 항공기를 급히 대체항공편으로 증편할 여유가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은 대체항공편 마련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유 비행기가 적어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지만, 자동 배정 시스템 도입과 비행기 보유대수는 별개의 문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결국 수억원 정도 들어가는 시스템 마련 비용이 아까운 것”이라고 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연 매출이 대부분 1조원에 육박하는데, 수억원을 아끼기 위해 고객 불편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가족과 함께 여행왔던 이모(48·서울)씨는 “AI 시대라는데, 아침부터 나와 예약을 변경하기 위해 하염 없이 기다리자니 부아가 치민다”고 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공항 결항 일수는 18일에 달했다. 이 중 200여편 이상 결항된 날은 6일로, 하루 평균 약 2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지난해 제주공항 노숙객은 1월 24~27일 231명, 6월 10~11일 235명, 9월 20일 11명, 11월 17일 3명, 12월 21~23일 301명 등 모두 78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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