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굉음… 4~5m 불길 치솟아
용단 작업 하던 중 불꽃 튄 듯안전불감증 원인 또 다른 인재
경찰,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 중


검은 연기 뒤덮인 사고현장
25일 오후 2시 46분쯤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의 SK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지하 2층에서 용단 작업을 하던 중 쌓아 놓은 단열재 등에 불티가 옮겨 붙으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7.12.25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6대, 펌프차 10대 등 장비 57대와 소방대원 126명을 투입해 2시간 30분 만에 진화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4~5m 높이의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화재가 나자 건설현장에 있던 122명의 근로자 대부분은 대피했다. 지상으로 빠져나오는 데 실패한 인부 10명은 14층 옥상으로 대피했는데 1명은 헬기로, 9명은 소방대원들이 계단으로 구조했다. 하지만 근로자 이모(29)씨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모(46)씨 등 근로자 12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아주대병원 등으로 옮겨졌고, 출동한 소방관 2명도 양손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불은 공사장 지하 2층에서 근로자들이 용단 작업을 하던 중 발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근로자 3명이 산소 절단기로 가설 철골 구조물을 해체하는 용단 작업을 하다가 옆에 쌓아 놓은 단열재 등에 불티가 옮겨 붙으면서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시 안전불감증이 부른 사고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산소 절단기 작업 중에는 불티가 튀는 것을 방지하는 덮개 등 화재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
올해 2월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4명 사망)를 비롯해 2014년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9명 사망)와 2008년 서이천물류창고 화재(8명 사망)는 모두 용접 작업 중 불이 났다. 실내 용접 작업 때 발생하는 화재는 대부분 규정을 무시한 작업자들의 안전불감증 탓이다. 화재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용접·용단 등 불꽃작업 중 발생한 화재는 2014년 1048건, 2015년 1103건, 지난해 1074건 등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근로자와 목격자를 상대로 작업 시 안전규정 준수 여부와 화재 원인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시공사인 SK건설은 조기행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 부상자와 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원인 규명에도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2017-12-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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