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로비’ 핵심 행방 묘연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최유정(46·여) 변호사를 구속한 데 이어 이번 주 중 검찰 쪽 ‘로비 통로’로 지목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를 불러 조사한다.그러나 정 대표 측 브로커로 사건의 전모를 밝힐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모(56)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이씨가 전북 전주지역 폭력조직의 비호를 받고 있는 정황을 잡고 이쪽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임모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법조계 로비 의혹의 중심에 섰다. 홍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시켜 준 것도 이씨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홍 변호사의 고등학교 1년 후배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주변 인물들의 비호를 받으며 전주 인근에 은닉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한 유명 가수의 동생이 자신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하자 주소지를 서울 강남에서 아무 연고도 없던 전주로 급히 옮겼다. 주소지는 8년여 전부터 알고 지내던 A씨 집으로, A씨는 폭력조직 범서방파와 연루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이씨가 ‘편의를 봐달라’기에 주소지를 옮겨준 것은 맞다”면서도 “(이씨가) 시간을 벌어서 고소인과 합의를 하려고 한 것이지 (내 도움을 받는 등) 다른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이씨는 잠시 우리 집 2층에서 지내다 정 대표 사건이 불거진 지난 3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면서 “이후엔 2주에 한 번꼴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이번 달 들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도 A씨에게 이씨의 소재지를 추궁했지만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이씨가 갖고 있던 통신장비 제조업체 P사에서 본부장을 지낸 B씨가 도피를 돕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B씨는 20여년 넘게 이씨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경찰 사이의 연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전주로 주소지를 옮긴 직후 전북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청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검찰이 이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경찰 측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건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 변호사가 9일 전주의 한 병원에서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 전 두 사람이 입을 맞추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 변호사는 전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법원 근무도 했지만 급박한 순간에 전주를 찾은 것은 ‘지역 연고’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변호사와 브로커 이씨 사이에 최 변호사의 측근인 또 다른 브로커 이모(44)씨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혼자서 도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이씨의 비호 세력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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