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시신발견 이후 ‘지지부진’하던 수사에 급물살
ATM 사진으로 탐문수사 용의자 S지목…S씨, 압박감 못 이겨 자수

제주도 중국 살해 여성 돈 빼가는 살해 피의자
서귀포경찰서 제공
경찰은 현금자동인출기 카메라에 찍힌 용의자 사진을 바탕으로 수사망을 좁혀갔다. 압박감을 못 이긴 S씨는 결국 지난 14일 경찰에 자수했다.
지난달 13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한 임야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던 한 주민이 여성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 수사가 시작됐다.
시신에는 가슴과 목 등을 수차례 찔린 상처가 있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이미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 신원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 검시관은 왼손 검지 지문이 1㎝ 정도 남아있는 것을 발견해 시신의 신원확인에 착수했다.
시신 발견 이틀 뒤인 지난달 15일에는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의 인상착의 등이 담긴 전단을 배포했다.
이런 과정에서 시신에 조금 남아있던 지문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있는 출입국 기록 상의 외국인 지문과 일일이 대조한 끝에 지난달 15일 밤 이 여성이 무사증으로 제주에 온 중국인 A(23)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사는 시신 발견 이틀여 만에 숨진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며 속도를 내는가 싶었지만 다시 답보상태에 빠졌다.
유력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을 체포해 조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A씨가 일하던 주점의 단골손님이던 한국인 남성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해 사건과의 관련성을 추궁했다.
그러나 B씨가 피해 여성과의 관계와 사건 전후의 행적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데다, 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해 40여 시간 만인 같은 달 20일 새벽 석방했다.
수사가 ‘제자리걸음’ 상태이던 이달 초 제주시 노형동의 한 현금자동인출기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유력한 용의자의 모습을 포착하며 수사는 다시 급물살을 탔다.
한 남성이 지난해 연말 A씨의 계좌에서 돈을 찾는 장면이 찍힌 것이다.
그러나 이 남성이 흰색 모자를 눌러쓰고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가린 데다가 화질도 좋지 않아 모습을 선명히 알아볼 수 없었다.
경찰은 이 사진으로 끈질기게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이 남성이 S씨(33) 같아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형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S씨의 주변을 조사한 뒤 지난 11일 S씨를 찾아가 이것저것 캐물으며 S씨의 반응과 진술 태도를 살펴봤다.
추궁하는 과정에서 S씨가 A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음에도 모르는 사이라고 거짓말하는 등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포착됐다.
13일에는 경찰이 S씨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가져갔다.
이처럼 경찰 수사망이 점차 좁혀오자 더이상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S씨는 14일 오후 1시 10분께 담당 형사에게 전화해 범행을 자백하며 자수하겠다고 했다.
담당 형사는 S씨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관서인 삼양파출소로 가도록 했고, S씨는 14일 오후 삼양파출소를 찾아가 경찰이 S씨의 신병을 확보하게 됐다.
경찰은 15일 오후 S씨에 대해 보강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차량과 컴퓨터 등을 감정·분석해 증거를 확보하고, 다음주 중에는 현장검증을 하는 등 범행 동기와 과정을 밝혀나갈 계획이다.
이연욱 서귀포서 수사과장은 “피의자는 말다툼하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를 외진 곳으로 데려가서 대화한 점이나 차에 흉기가 있었던 점, 살해 후 돈을 신속히 인출한 점 등을 봤을 때 우발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계획적 범행인지, 공범이 있는지 등 신중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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