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곳곳 트럭 바퀴 자국… 행사 시설물 철거 후 복구 안 해
‘빗물 도시락’으로 비난을 받았던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가 ‘공원 훼손’으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행사 철거과정에서 트럭들이 비에 젖은 잔디공원을 휘젓고 다니면서 잔디밭 곳곳이 파이고 훼손됐기 때문이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흉하게 파인 잔디 광장
지난 6일 제44회 어버이날 기념행사가 열렸던 서울 용산가족공원 제2광장이 8일 현재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행사 후 주최 측의 무성의한 뒷마무리로 잔디밭 곳곳이 훼손돼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산책을 나왔던 용산구 주민 이모(65)씨는 “누구를 위한 기념행사였는지 모르겠다”면서 “사전 준비나 사후 처리 모두 완벽하지 못할 거라면 행사를 열지 않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공원 관리자 한 명이 우선 급한 대로 심하게 파인 곳을 삽으로 다지고 있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어버이날 행사가 끝난 뒤 행사 대행업체에선 오후 10시까지 시설물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트럭 6대와 지게차, 포크레인 등이 공원으로 들어와 잔디를 무참히 짓밟고 다녔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었지만 별다른 주의사항은 전달되지 않았다.
업체에선 시설물 철거 후 생긴 홈 등을 흙으로 덮거나 복구하는 과정 없이 철수했다. 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다음날 와서 보니 광장 곳곳이 심하게 훼손돼 있어 현장 사진을 첨부해 서울시에 보고를 했고, 대한노인회 측에도 연락을 취했는데 당시엔 받지 않았다”면서 “수십 통의 항의 전화 등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에선 이날 오후 용산공원에 나와 현장을 살폈다.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는 “비가 와서 서둘러 철거하려다 차량들이 무리하게 잔디광장에 진입했던 것 같다. 대한노인회와 업체에 엄정히 경고하고 서둘러 복구하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시민들의 공원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 더욱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같은 자리에서 열린 어버이날 행사에선 어르신들이 천막 없는 테이블에서 비에 젖은 도시락을 먹어 사전 준비와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5-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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