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기억할 마지막 숨비소리… “오늘 죽어도 여한이 어수다”

바다가 기억할 마지막 숨비소리… “오늘 죽어도 여한이 어수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4-11-27 09:50
수정 2024-11-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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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수원리 해녀 11명 은퇴식 열려
등에 관 짊어지고 들어가는 직업이 해녀
90세 해녀 “한평생 오늘처럼 기쁜 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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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해녀들이 지난 25일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제주해녀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해녀은퇴식을 갖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해녀들이 지난 25일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제주해녀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해녀은퇴식을 갖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오늘 죽어도 여한이 어수다(없어요).”

지난 25일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플레이사계에서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은퇴하는 해녀삼춘들의 이름이 한분 한분 불려졌다. 고순신(85), 김대순(85), 김순희(87), 김실지(82), 김영제(88), 김옥순(75), 김춘자(82), 백찬옥(85), 송순선(89), 오죽향(89), 유춘선(87) 씨. 플래카드에 쓰인 은퇴식 문구처럼 ‘바다가 기억할 마지막 숨비소리’의 주인공들이었다.

제주도 한림읍 수원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협회가 주관하는제3회 해녀 은퇴식에서 이름을 부르며 공로상을 수여하자 해녀들은 참았던 눈물을 글썽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평생 물질했던 헌신에 감사하며 박수갈채가 쏟아지자 금세 눈물바다가 웃음바다가 됐다.

송순선(89)씨는 “스무살 전에 해녀를 시작해 70년간 물질만 하고 살았다”며 “오늘처럼 기쁜 적은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협회는 지난 5월 한림읍 귀덕2리에서 첫 ‘해녀은퇴식’을 한 이후 10월에는 구좌읍 하도리에서 두 번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해녀은퇴식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를 대신해 배우자인 박선희 여사는 “은퇴해녀 분들의 그 동안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다른 어촌계 해녀 삼춘들의 은퇴식도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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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오른쪽) 한국 걸스카우트 총재가 은퇴하는 해녀들에게 명예지도자증을 수여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김종희(오른쪽) 한국 걸스카우트 총재가 은퇴하는 해녀들에게 명예지도자증을 수여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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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한림읍 수원리 해녀 11명이 은퇴식을 가진 뒤 참석한 관계자, 축하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25일 안덕면 플레이사계에서 한림읍 수원리 해녀 11명이 은퇴식을 가진 뒤 참석한 관계자, 축하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한국걸스카우트에서는 은퇴 해녀들에게 명예지도자증을 헌정하기도 했다.

김종희 한국 걸스카우트 총재는 “명예지도자증을 받는 해녀삼춘들이 제주도 걸스카우트 대원들에게 해녀의 공동체 삶에 대해 강의를 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해녀들은 실제 걸스카우트 대원들에게 강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녀서포터즈 염준희(제주국제학교 SJA) 학생은 제주해녀 문화를 세계로 널리 알리기 위해 영어로 답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축하공연에서 중문어촌계 강옥래의 아리랑이 울려 펴지자 은퇴해녀들과 귀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을 추는 따뜻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금은 제주 해녀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에 등재돼 관심을 끌지만 제주해녀들은 여전히 목숨을 내걸고 바다에 들어간다. 그래서 ‘해녀들은 먹고 살기위해 저승으로 들어가고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양종훈 제주해녀문화협회 이사장은 “해녀들은 등에 관을 짊어지고 들어가는 직업”이라며 “앞으로도 제주 해녀 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다양한 활동과 함께 제주 해녀들의 삶과 역사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12월 9일에는 제주시 한림읍 금능어촌계, 월령어촌계 해녀들의 은퇴식이 예정돼 있다. 이날 은퇴식에서는 90세 해녀들이 새내기 해녀들에게 물질하며 썼던 물건들을 증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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