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바나나 한 개 팔까 말까”… ‘밀키트’ 차례상에 재래시장 울상

“온종일 바나나 한 개 팔까 말까”… ‘밀키트’ 차례상에 재래시장 울상

이주원, 오세진,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9-13 21:08
업데이트 2021-09-1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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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추석에 한숨짓는 전통시장

육류·과일·채소 등 10~50%씩 올라
“차례에 국민지원금 다 쓸 판” 난감

가족 모임 줄어들며 간편식만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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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코앞이지만 서울의 전통시장은 명절 대목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했다. 13일 서울 도봉구 신도봉시장 입구.
추석 연휴가 코앞이지만 서울의 전통시장은 명절 대목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했다. 13일 서울 도봉구 신도봉시장 입구.
“명절이 코앞인데 온종일 바나나 하나 사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말까 합니다.”

서울 도봉구 신도봉시장에서 5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70대 상인 A씨는 텅 빈 가게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통시장은 명절 특수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A씨는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땐 명절 일주일 전부터 손님이 바글바글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면서 “시장을 오가며 물건을 날라야 할 오토바이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13일 찾아간 서울 주요 전통시장은 한산했다. 제수용품을 보러 오는 시민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최근 크게 치솟은 물가에 지갑 열기를 망설였다. 육류, 과일, 채소 등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 이상 올랐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소매가격은 20㎏당 평균 5만 7941원으로, 1년 전(5만 2692원)보다 9.9% 상승했다. 돼지갈비는 100g당 1442원으로 1년 전(1237원)보다 16.5% 올랐고, 불과 한 달 전 100g당 2020원이였던 깻잎은 3081원으로 52.5% 값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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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코앞이지만 서울의 전통시장은 명절 대목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했다. 13일 서울 남대문 시장 골목.
추석 연휴가 코앞이지만 서울의 전통시장은 명절 대목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했다. 13일 서울 남대문 시장 골목.
과일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대면 추석’으로 수요가 줄었다. 홍로사과는 10개당 2만 4721원으로 1년 전(2만 9718원)보다 16.8% 하락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오모(47)씨는 “홍로사과는 올해 작황이 좋은 편이라 가격이 괜찮은데도 찾는 사람은 예년의 70% 수준”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가족 모임을 하지 않으니 과일 선물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물가에 차례상을 준비하는 시민들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 장을 보러 온 백모(65)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체감 물가가 50% 정도는 더 비싸진 느낌”이라면서 “받은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을 명절 준비에 다 써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식재료를 일일이 구입해 차례음식을 만드는 대신 간편조리식인 밀키트를 준비하는 가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유통업체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판매된 간편식 중 잡채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176% 늘었다. LA갈비는 57% 증가했고, 명절 대표 음식인 육전의 판매량은 203%로 가장 큰 증가량을 보였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가족끼리 먹을 정도만 간소하게 준비해 명절 분위기를 내려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1-09-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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