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90대 치매 남성에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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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박정제)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91)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67년간 함께 살아온 배우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 후회하면서 진지하게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치매 투병, 90세의 고령, 초범인 점, 유족인 자녀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8월1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소재 아파트에서 아내 B씨(당시 88세)를 손과 발, 나무 빗자루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부친에 의해 생긴 채무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아내 B씨가 이 고민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고, 사건 당일 새벽 B씨가 밥을 차려주지 않고, 자신이 밖에서 주워 모은 파지를 정리하지도 않은 채 잠을 자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났다.
A씨는 자고 있던 B씨를 손과 발로 때렸고, “내가 무엇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지 왜 물어보지 않느냐”며 따지고 분이 풀리지 않자 나무 빗자루를 집어 들어 B씨를 향해 수차례 휘둘렀다. 온몸에 멍이 든 B씨는 같은날 아침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집안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다발성 손상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화가 난다는 이유로 88세의 피해자를 무방비 상태에서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다만, 피고인은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와 뇌경색 투병 중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참작 사유를 언급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