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휴대전화 속 사진 복구해


A(64)씨는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딸의 사진을 휴대전화에 담아 생각날 때마다 보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랬다. 그러던 중 지난달 27일 광주 남구 봉선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A씨가 인테리어 작업을 위해 잠시 난간에 놓아둔 사이 휴대전화가 사라졌다.
기계를 다루는 게 서툴렀던 A씨는 사진을 다른 저장 장치에 따로 옮겨놓지도 못했다.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지 못하면 딸의 모습을 영영 보지 못하는 것이다. 주변을 아무리 뒤져도 끝내 휴대전화를 찾을 순 없었던 그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건을 맡은 광주 남부경찰서 강력3팀(팀장 장명근)은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휴대전화를 찾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장소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도난 장면을 목격한 이도 없었다. 용의자를 특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범위를 넓혀 주변을 탐문한 끝에 먼 곳에 있는 CCTV를 겨우 찾아냈다. 용의자의 모습이 찍히긴 했지만, 점처럼 조그맣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이 희미한 단서를 붙잡고 끈질기게 수사를 이어갔다. 그러다 9일 만에 피의자 B(96)씨를 주거지에서 붙잡았다.
B씨는 다행히 A씨의 휴대전화를 팔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 든 자료는 모두 초기화됐다. A씨 딸의 사진도 모두 지워진 상태였다.
경찰은 고민 끝에 증거 인멸을 위해 삭제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 기법을 사용하기로 했고 삭제된 딸의 사진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또 잃어버릴 때를 대비해 휴대전화 속 사진을 USB에 복사해 A씨에게 함께 건넸다.
경찰은 B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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