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했던 전복 사고’…낚싯배 선창1호 살펴보니

‘처참했던 전복 사고’…낚싯배 선창1호 살펴보니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04 17:05
수정 2017-12-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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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왼쪽 밑바닥 파손, 곳곳에 널브러진 구명조끼·어구·전선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336t 급유선과 부딪혀 전복된 선창1호(9.77t) 선체는 처참한 사고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4일 오후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진행된 선창1호 현장 감식에서는 날카롭게 부서진 배가 고스란히 공개됐다.

붉게 칠한 배 왼쪽 밑바닥은 충돌 당시 충격 때문인 듯 역삼각형 모양으로 부서져 있었다. 부서진 구멍 크기는 감식반 요원의 키만 했다.

종잇장처럼 찢긴 구멍 사이로는 파란 배 내부 구조물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해경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6개 기관 관계자 11명으로 꾸려진 현장 감식반도 부서진 배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근수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선창1호의 파손된 부분에 묻어있던 페인트를 확보해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며 “급유선 명진15호에 있던 페인트와 같은 성분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이 13.3m, 폭 3.7m 규모의 배 갑판 위는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듯 밧줄과 전선, 어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갑판 위 선실 덮개 구조물은 아예 배에서 떨어져 나와 있어 336t 급유선과의 충돌 당시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어선에는 낡은 주황색 구명조끼 2개, 돗자리, 플라스틱 통 등 온갖 집기들이 뒤섞여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감식반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 45분까지 진행된 합동 감식에서 3D 스캐너로 선체 곳곳을 스캔했다.

또 선창1호에 있던 위치정보시스템(GPS) 저장 장치를 비롯해 항행 자료 일체를 확보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는 사고 당시 선창1호가 어떻게 어떤 항로로 운항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이 중부해경청 과학수사계장은 “그동안 밝혀진 사고 개요대로 두 선박이 충돌했을 때 이러한 형태의 파손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선박을 3D 스캔했다”고 했다.

이날 사망자 유가족 대표단도 해경 안내에 따라 선창1호 감식 현장을 약 5분간 직접 참관했다. 이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참관을 마치고 현장을 떠났다.

선창1호에 이어 감식할 예정이었던 급유선 명진15호는 시간 관계상 감식이 연기됐다. 명진15호는 현재 인천시 중구 북항 관공선부두에 정박 중이다.

선창1호는 전날 오전 6시 9분 인천시 영흥도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급유선 명진15호와 충돌했다. 선창1호에 탄 22명 중 13명이 사망했고 선장 오모(70)씨 등 2명이 실종됐다.

인천해경은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객 등 13명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긴급체포한 336t급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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