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식당 노역 할머니’ 딸 “부당한 대우 한 업주 책임 묻겠다”

‘13년 식당 노역 할머니’ 딸 “부당한 대우 한 업주 책임 묻겠다”

입력 2016-10-18 19:54
수정 2016-10-1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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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지 20년 만에 만난 어머니의 모습은 작고 초라했다.

딸 김모(34·여)는 지난 9월 중순께 13년간 전북 김제의 한 식당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하다 위암 3기 판정까지 받은 어머니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일하던 식당에서 받은 빵을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와 먹여주던 든든한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간 식당 업주 밑에서 어떤 고초를 겪었을지를 생각하면 미안함과 분노가 교차했다.

김씨는 14살이던 1996년 어머니 전모(70·여)씨와 헤어져 집을 나왔다.

새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어머니와 김씨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술을 마시고 들어온 새아버지에게 또 손찌검을 당할까 봐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도망치듯 나오곤 했다.

그럴 때면 김씨는 비닐하우스, 옆집 등 아버지가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숨어 잠을 청했다.

모진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한 김씨는 어린 나이에 혼자 지내며 방황했다.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터라, 김씨는 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했다.

성인에 된 뒤 검정고시에 합격해 고등학교 학력을 얻었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커졌고, 문득 어머니가 김제시 부량면의 한 식당에서 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4월 김씨는 식당이 있었던 곳으로 찾아가 주민들과 주변 상인들에게 식당이 이전한 위치를 수소문했다.

충격적인 말도 들려왔다. 식당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학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내려앉은 가슴을 추스르고 식당이 있다는 김제시 요촌동으로 갔다.

어머니는 없었다.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전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말을 들었다.

혼비백산해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머니가 있는 병실의 문을 열자, 작고 초라한 모습의 어머니가 김씨를 한눈에 알아봤다.

하염없이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 참고 어머니의 손을 붙잡았다.

언제든 자신을 지켜줄 것으로 믿고 따랐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왜 이제야 왔니.”

어머니 말투가 어눌했다. 14살에 집을 나왔던 그때는 너무 어린 나이라 어머니가 장애를 앓고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왜 좀 더 빨리 어머니를 찾지 않았나’하는 자괴감과 미안함이 물 밀듯 밀려왔다.

김씨는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업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며 “업주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제경찰서는 18일 지적장애 3급인 전씨에게 13년간 임금을 주지 않은 식당 업주 조모(64)씨를 불구속 입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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