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100원 싸서 넣었더니’…110억대 가짜 경유 적발

‘ℓ당 100원 싸서 넣었더니’…110억대 가짜 경유 적발

입력 2016-10-18 10:53
수정 2016-10-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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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서 밀수한ℓ당 400원짜리 경유에 폐유 섞어

정제유로 위장한 경유를 싼값에 밀수, 등유와 섞는 등의 수법으로 110억원대의 가짜 경유를 제조해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최모(50)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송모(55)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짜 경유 905만ℓ(시가 110억원 상당)를 만들어 거래처인 12개 주유소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같은해 6월까지는 등유에 첨가된 가짜 경유제조 방지용 식별제를 제거한 뒤 경유와 섞어 가짜 경유 290만ℓ(시가 38억원 상당)를 만들어 거래처에 유통해왔다.

등유에는 가짜 경유 제조를 방지하기 위한 특유의 식별제가 들어있어 당국이 단속 시 간이 검사만으로 가짜 경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나, 식별제를 제거하면 정밀 검사를 해야만 식별이 가능하다.



최씨 일당은 지난해 6월 거래처 1곳이 가짜 경유 판매로 단속되자, 단속을 피하면서 탈세로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동남아에서 경유를 밀수, 다량의 가짜 경유를 만들기로 계획했다.

이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령회사 3개를 만들어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에서 세금이 붙지 않은 경유를 ℓ당 400원가량에 매입, 정제유인 것처럼 밀수한 뒤 국내에서 등유, 바이오디젤 등과 섞어 615만ℓ(시가 72억원 상당)의 가짜 경유를 만들었다.

가짜 경유를 공급받은 주유소는 시중가보다 ℓ당 100원가량 싼 ℓ당 1천100원에 경유를 팔았다.

정제유는 폐유나 폐윤활유 등을 재활용해 생산한 석유의 일종으로, 품질이 낮고 금속성분이 들어있어 차량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화훼단지 난방용이나 산업용으로만 사용된다.

정제과정이 확인되지 않은 수입 경유로 제조한 가짜 경유를 차량용 연료로 사용하면 차량 연비 및 출력 저하, 고장, 유해가스 배출량 증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씨 등은 통관절차에서 한국석유관리원이 정제유를 따로 검사하지 않는데다, 세관도 일부 표본에 대한 육안검사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동남아 경유를 정제유로 속이기 위해 검은색 염료를 첨가해 폐유처럼 보이도록 하는 수법으로 당국의 눈을 속였다.

울산에 있는 폐정유 보관업체 2곳은 최씨의 범행을 알고, 월 보관료(500만원)에 ℓ당 50∼100원씩을 더 받고 동남아 수입 경유를 보관해줬으며, 또 다른 정유업체 관계자는 최씨에게 돌려받을 투자금 1억7천만원을 받기 위해 수입 경유에 대한 성분검사를 해줘 범행을 도왔다가 형사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해 관련 첩보를 입수해 10개월여간에 걸친 잠복과 미행 끝에 최씨 일당의 범행을 밝혀냈다.

최씨는 경찰 수사 사실을 알고는 지인에게 돈을 주고, 총책인 것처럼 위장 자수할 것을 사주하기도 했다.

경찰은 정제유 밀수를 활용한 가짜 경유 제조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밀수 과정을 세관에 통보하는 한편, 최씨 일당이 탈루한 세금을 환수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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