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3분의 1이 외국산인데…‘국산’ 표기 막걸리업체 무죄

쌀 3분의 1이 외국산인데…‘국산’ 표기 막걸리업체 무죄

입력 2015-12-13 11:20
업데이트 2015-12-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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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식품첨가물인 ‘입국’ 제조에만 수입쌀 써…원산지 표시대상 아냐”

한 양조장 대표가 막걸리의 주재료인 쌀의 3분의 1을 외국산을 쓰고도 100% 국산 쌀을 썼다며 제품을 팔다가 적발돼 원산지 허위표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법원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막걸리 제조에 수입 쌀이 많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원산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는 ‘식품첨가물’에 들어갔기에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신형철 판사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북지역 A양조장 대표 권모(4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권씨가 할아버지 대부터 3대째 운영해 온 이 양조장은 오랜 전통으로 주류업계에서 인지도가 높다.

권씨는 작년 10월부터 올 7월 말까지 국산과 수입 쌀을 2대 1 비율로 섞어 막걸리와 동동주를 제조하고서 제품 겉면에 ‘100% 우리 쌀’이라고 표시하고, 원재료명 표시란에도 ‘백미(국내산)’로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국내산 가공용 쌀 가격이 오르자 권씨가 제조원가를 낮추려고 외국산을 섞어 술을 제조하고서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신 판사는 양조장에서 막걸리가 제조되는 과정을 살펴본 결과 현행 법령상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조장에서는 막걸리를 빚는 데 쓰이는 누룩의 일종인 입국(粒麴)을 만드는 데 수입쌀 45㎏을 사용했다. 반면 막걸리의 주 원료인 덮밥을 만드는 데는 국내산 쌀 95㎏과 밀가루 10㎏을 썼다.

신 판사는 막걸리 제조에 쓰이는 입국이 농수산물 원산지표시법 시행령상 원산지를 표시할 필요가 없는 식품첨가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시행령에 따르면 물, 식품첨가물, 술에 넣는 알코올인 주정(酒精), 당류는 원산지 표시 대상이 아니다.

아울러 식품첨가물의 기준과 규격을 명시한 ‘식품첨가물 공전’에 천연 식품첨가물의 하나로 ‘국’이 있고, 여기에 입국이 포함됐다는 점에도 신 판사는 주목했다.

신 판사는 “외국산 쌀을 국산의 절반이나 사용하고도 국산만 사용하는 것처럼 표기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별도 입법 없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항소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입 쌀을 사용해 입국을 직접 제조했고, 사용된 양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해당 양조장의 입국을 첨가물로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는 만큼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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