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관련 단체들 서울 도심서 거리행진
미혼모·한부모·해외입양인 등이 주축이 된 시민사회 단체들이 서울 시내 거리로 나섰다. 차별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미혼모 모임인 ‘인트리’(人tree)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등에 소속한 싱글맘 가족 60여명은 활동가·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0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무교로와 청계천 일대를 돌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정부가 보육을 강조하지만 싱글맘 가정 등 아동 양육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모든 어린이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행진하면서 양육 사각지대를 상징하는 사각형 모양 현수막 한가운데에서 어린이들이 걷도록 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행진에 동참한 일부 싱글맘과 자녀는 사회적 편견을 우려한 듯 가면과 선글라스를 낀 채 ‘힘내라, 엄마들아! 웃어라, 아이들아!’ 등 피켓을 들고 행진에 동참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5월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한 데 반발해 같은 날을 ‘싱글맘의 날’로 정해 5년째 기념하고 있다. 어린이 인권을 위해서는 입양을 늘리기보다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 미혼부·미혼모가 자녀가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형숙 인트리 대표는 행진에 앞서 서울광장에서 연 집회에서 “싱글맘 문제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거리 행진을 기획했다”며 “많은 시민이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에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행사를 기획한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지방은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더욱 많고 미혼모의 삶이 열악하다”며 “출산 후 지원을 받지 못해 이가 빠지는 등 건강이 악화하는 사례도 있고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돈을 받고 아이를 입양시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미혼모·미혼부가 홀로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다. 이들이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가장 높은 벽은 생활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2년 발간한 ‘한부모 가족의 생활실태와 복지욕구 보고 서’를 보면 한부모 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93만3천∼98만9천400원, 지출은 101만8천800∼115만5천원으로 ‘적자 가계부’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가운데 양육비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다.
정부도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미혼모 등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규모를 보면 아동 양육비 월 10만∼15만원, 자립지원촉진수당(만 24세 이하만 해당) 월 10만원, 중·고등학교 자녀 학용품비 연 5만원 등으로 ‘기저귀 값’을 대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다.
이날 행진을 벌인 단체들은 ‘싱글맘의 날’ 당일인 11일 오전 10시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양육 사각지대에 있는 싱글맘들의 상황을 직접 듣는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