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잘 있어요. 판사님 원망 안해요”…소년원서 온 편지

“전 잘 있어요. 판사님 원망 안해요”…소년원서 온 편지

입력 2015-05-04 13:52
업데이트 2015-05-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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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 판사·소년범 어머니의 ‘훈훈한 조우’

“판사님!”, “아… 어머님!”

판사와 소년범의 어머니는 서로를 금세 알아봤다.

황진희(39·여) 광주 가정법원 판사는 지난달 20일 저녁 광주 한 식당에서 회식 중 그곳에서 일하는 A씨와 조우했다.

A씨는 황 판사로부터 소년보호 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을 받아 소년원에서 2년을 지내게 된 B(18)군의 어머니였다.

혐의는 오토바이 절도와 무면허 운전이었다.

통상 소년 재판에서는 보호자가 재판에 출석하는 경우가 많아 황 판사는 A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B군은 황 판사가 재판 중 세심히 관찰해왔고 A씨는 어떤 보호자보다 진심을 느끼게 하는 어머니였다.

황 판사는 온순한 성격의 B군이 또래 친구들에게 휘말릴 소지가 있다고 보고 소년원에서 직업 훈련 등을 하는게 교화의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식당 방 밖으로 나간 황 판사는 통로에 있던 A씨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아들을 소년원에 보낸 판사를 원망할 수도 있을 터. 그러나 A씨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매주 면회를 가는데 볼때마다 아들이 달라져 있어요. 처음에는 판사님 원망도 했지만 소년원에서 적응 잘하고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싹 바뀌었습니다.”

황 판사는 뜻하지 않은 감사 인사까지 받고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저에게 편지 하라 하세요. 마음을 바로잡고 앞으로 더 성실한 생활을 다짐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A씨는 이튿날 곧바로 아들에게 면회 가 ‘숙제’를 전했고 B군은 그 이튿날 편지지 2장에 손으로 꾹꾹 늘러쓴 편지를 황 판사에게 보냈다.

”언젠가 한번 쓰고 싶었는데 기회가 와서 무척 기쁘다”고 B군은 말문을 열었다.

”벌써 제가 이곳에 수용된지 5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 10호 처분 받았을땐 정말 숨통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2년 고생하고 남은 인생 편하게 살 수 있겠다 싶어 위로가 되더라구요. 여기 있는 동안 용접자격증도 취득하고, 검정고시도 준비할 겁니다. 벌써 한자·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사회에서는 쉬운 것만 찾고 어려운 것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많이 후회되더라구요. 하루빨리 사회로 나가 바르고 정직하게 생활하고 부모님한테 효도하며 살겠습니다.”

B군은 짧게나마 답장을 부탁하는 말로 훈훈한 편지를 맺었다.

황 판사는 “재판때는 솔직히 비행 정도에 비해 무거운 처분을 한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었다”며 “짧은 시간 소년원 생활 후 비행에 노출되느니 그곳에서 미래를 준비하도록 한 의도를 이해해줘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고 말했다.

황 판사는 ‘약속의 끈’을 이어갈 답장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고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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