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신미약’이라도 피해 막심해 형량 상한 불가피”
서울 도심에서 외제차로 ‘광란의 질주’를 벌여 행인 1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중태에 빠트린 2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서울서부지법은 BMW 승용차로 행인 2명과 택시를 잇달아 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으로 기소된 우모(27)씨에 대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우씨는 지난해 7월 22일 오전 5시께 신촌로터리에서 서강대교 방향으로 시속 150㎞로 정지신호를 위반한 채 달리다가 노고산치안센터 앞 건널목을 건너던 A(25)씨를 들이받았다.
A씨는 크게 다쳐 쓰러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같은 속력으로 180m를 더 달려 신촌연세병원 인근 건널목에서 보행자 신호를 받고 길을 건너던 B(18)군을 또 치고 달아났다. B군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우씨는 시민 2명을 연달아 친 뒤에도 폭주를 계속하다가 개인택시를 들이받고 나서야 멈춰 섰고,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대구에 사는 우씨는 휴가를 보내겠다며 상경했다가 사고를 냈는데 평소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인은 이런 점을 근거로 들며 “우씨가 당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우씨가 범행 경위와 내용을 대체로 정확하게 기억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 자체가 아예 없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입게 한 점 등 비난 가능성이 매우 커서 설령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상한의 형량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