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가구 살펴봐라”…유병언이 부른 ‘감시사회’

“56만가구 살펴봐라”…유병언이 부른 ‘감시사회’

입력 2014-06-22 00:00
업데이트 2014-06-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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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정보력 부재, 무리한 수색동원에 불만

유병언이 종적을 감추고 꼭꼭 숨었다.

그동안 검찰에 밀려 ‘수사상황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던 경찰이 앞으로 나섰다.

경찰청은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장남 대균씨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 13일 사상 유례없이 일선 경찰서 단위까지 전담팀을 구성했다.

각 지방경찰청은 1주일 단위로 자체 계획하고 실행한 수사·수색 상황을 지방청장이 직접 경찰청장에 보고하고 있다.

경찰의 광범위한 수색은 성과도 없고 부작용만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 “광주 56만 모든 가구 살펴봐라” 지방경찰청 비상 = 경찰청 지시로 광주지방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장을 비롯한 과장급 간부를 총동원, 비상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56만 모든 가구를 모두 살펴보라”는 내부지시도 떨어졌다. 별로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경찰 담당부서는 이를 위한 수색계획을 마련했다.

광주의 5개 경찰서 관할 구역을 822개 구역으로 바둑판 같이 나눴다.

구역별로 지구대원과 경찰서 인력을 2인 1개조로 편성, 광주에서만 1천200여명이 수색에 동원된다. 광주지방청도 유씨 부자 수사전담팀에 경찰 86명을 배치했다.

검거전담팀은 지방청 광역수사대원들 뿐 아니라 각 경찰서 단위까지 꾸렸다. 분석전담팀, 사이버 담당, 보안담당 등 전담요원까지 투입했다.

이들은 경찰서의 구역별 수색과는 별도로 자체 수색을 하거나 구원파 관련 시설과 관련자들을 수사해 보고한다.

이러한 광범위한 수색계획은 경찰내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내부 수색계획 지침에는 “유병언 등 세월호 관련 수배자들의 미검기간이 장기화하면서 국가위기관리 능력 뿐 아니라 형사법체계의 정밀성, 범인 검거능력 등에 대한 국민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고 명시돼 있다.

◇ 유병언이 부른 ‘감시사회’…광범위한 민간사찰 우려 = 유씨 부자에 대한 행적이 지난달 25일 이후 묘연하자 경찰은 광범위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22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색구역을 할당받은 경찰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하는 방법으로 구역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살피고 있다.

수색영장이 없어 함부로 들어가 살펴볼 수 없는 곳은 건물주나 통·반장의 힘을 빌린다.

특정가구의 사정이나, 전세계약 여부 등의 정보를 수집해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첩보형태로 정리해 정보과나 수사과에 보고한다.

유씨 부자가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 아래 전국의 모든 곳, 국민 모두가 경찰의 수사 및 불심검문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현장 수색에 동원된 일선 경찰은 “영장도 없이 샅샅이 수색하라는 지시에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 등 인권침해 소지가 충분히 있으나 이에 대한 주의나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통·반장에게 주민들을 대신 살피도록 하라는 상부의 지시까지 이어져 주민들이 서로 감시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한 경찰관은 “아파트 단지 모두를 수색하라고 해서 현장을 가면 막연해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시대로 한다면 인권침해는 눈감아야 하고, 반대로 인권을 생각한다면 수색을 대충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진다”고 전했다.

◇ 검·경 ‘정보력 부재’…수색인력 편성 ‘보고용’(?) = 경찰 내부에서는 무리한 수색동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무리하게 수색구역을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1천여 명의 수색인력을 편성하는 것은 ‘보고용’이란게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의 불만이다.

한 경찰관은 “지방청장이 매주 경찰청장에게 직접 유병언 관련 수사상황이나 수색성과를 보고한다”며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보고를 해야 하니 ‘수 백 곳을 수 천명이 수색했다’는 식으로 대충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병언 검거전담팀 소속의 경찰들은 “내부 제보나 정보가 없으면 유병언 검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정보력 부재를 토로했다.

그는 “유씨 부자 검거작전 초기에 검·경의 수사정보 교류만 제대로 됐더라면 조기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검·경 모두 정보력 부재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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