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구명조끼 흔들며 소리쳐도 방치한 선원들

<세월호참사> 구명조끼 흔들며 소리쳐도 방치한 선원들

입력 2014-04-23 00:00
업데이트 2014-04-23 16:5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승객 코앞에 두고도…구명벌도 터뜨리지 않아

세월호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인 해경들에 따르면 최초 신고 뒤 해경이 도착할 때까지 선장과 승무원들은 조타실에서 몸을 사리고 있었다.

조타실 바로 옆에는 구명벌 16개가 있었지만, 선장을 비롯해 누구도 구명벌에 손도 대지 않았다.

이 순간 조타실 바로 앞 객실 안에는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흔들고 강화유리를 두드리며 애타게 구조요청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 최초로 목포해경 경비정 123함(110t)이 도착하자 서둘러 올라타기 바빴다. 이때가 최초 사고 신고 후 약 40분이 지난 오전 9시37분. 선원들이 처음 탈선을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다.

선원들은 조타실에 모여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바로 구조 가능하냐”는 교신을 반복하고 있었다.

당시 일부 선원의 손에는 조타실로 선원들을 모으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무전기가 들려 있었다.

선원들이 서둘러 경비정에 올라타는 동안 목포해경 소속 이형래(37) 경사는 이미 60도 이상 기울어진 세월호 갑판에 올랐다.

그는 서 있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갑판 돌출부에 의지해 기어올라 구명벌 두 개를 바다로 떨어뜨렸다.

그 뒤 조타실 근처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경비함에 올랐다.

사고 초기 조타실에 모인 선원들이 서둘렀다면 충분히 구명벌 16개 모두를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경비정이 다른 승객들을 찾아 뱃머리를 돌리는 순간 조타실 바로 앞 선수(船首) 쪽 객실 안에 6∼7명의 승객이 구명조끼를 벗어 흔들며 구조요청을 하고 있었다.

조타실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확인 가능한 객실이었다.

경비함은 다시 한번 세월호에 접근해 강화유리를 구조도구로 깨고 이들을 구했다. 그 뒤 경비함은 80명을 더 구조했다.

선원들이 조금이라도 구조활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더라면 신고 후 40여분간 더 많은 승객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경사는 “구명벌을 터뜨려야만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서 구명벌을 떨어뜨렸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한 명도 구명벌에 오를 수 없어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선원들 대부분이 지금 생각하면 구호조처를 해야 했었다”며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