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日 방사능 여파…재래시장 ‘추석대목’ 실종

불경기·日 방사능 여파…재래시장 ‘추석대목’ 실종

입력 2013-09-11 00:00
업데이트 2013-09-1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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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일 주일여 앞둔 11일 오후 강원지역 대표 재래시장인 춘천 중앙시장은 썰렁했다.

송편 소에 들어갈 녹색 풋콩 수십 단과 제사상에 올릴 새빨간 홍로(紅露)들이 길목마다 쌓여 있고, 생선 가게에는 새끼줄에 굴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만, 값을 흥정하는 손님들의 모습은 여간해서 보기 어려웠다.

상인들 대부분은 “올 추석은 대목은커녕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6년째 같은 자리에서 떡과 한과를 팔고 있다는 상인 임모(56·여)씨는 “아침부터 나와서 앉아있는데 2만원 어치도 못 팔았다”면서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이 없는데 주말까지 비가 온다니 올해 추석은 장사 다했다”며 맥이 풀린 듯 말했다.

그나마 신선 채소나 과일, 기타 식료품 가게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생선가게들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가뜩이나 올해 어획량 부족으로 조기와 병어 등 생선가격이 오른데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선 누출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손님이 뚝 끊긴 탓이다.

그나마 찾아온 손님들도 생산지가 어딘지 물어보고는 생선 좌판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생선가게 주인 전양자(52·여)씨는 “방사능이니 세슘이니 언론에서 하도 떠드는 바람에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을 해도 손님들이 무서워서 사질 않는다”면서 “안 그래도 장사 안 되는 재래시장을 더 죽여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름이 깊은 것은 빈 바구니만 들고 다니는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올해 추석 차례 상차림 비용은 재래시장의 경우 18만5천215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재래시장에서는 대형유통업체(26만2천941원)보다 30%(7만7천726원)나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지만,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손님들은 이마저도 지갑을 선뜻 열 엄두가 안 난다.

제사용품을 사러 나온 김은주(68·여)씨는 “마트보다는 중앙시장이 싸니까 오긴 왔는데 과일, 고기에 이것저것 사다 보면 15만원은 금방 넘어갈 것 같다”면서 “작년보다 더 물건 사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올해는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주고 단체로 장을 보러 오던 관공서와 기업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춘천중앙시장과 자매결연을 한 16개 지역 업체나 기관 중 올해 온누리 상품권을 이용한 곳은 한국수력원자력, 대한지적공사 등 3군데밖에 안 된다.

신연수 춘천 중앙시장 관리과장(46)은 “지난해 추석 대목 때는 시장 전체 온누리 상품권 회수액이 하루 200여만원 정도였지만, 오늘은 다 걷어봐도 60여만원 밖에 안 된다”면서 “올해 제사용품 매출이 가게마다 50% 이상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기가 안 좋은데다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오염 공포가 퍼지고, 비가 와서 대형마트로 손님이 다 빠지니 온갖 악재가 겹친 셈”이라며 “관공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재래시장 살리기에 힘을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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