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에 휘둘린 ‘지성의 산실’ 대학 캠퍼스

조폭에 휘둘린 ‘지성의 산실’ 대학 캠퍼스

입력 2013-07-25 00:00
업데이트 2013-07-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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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총학생회 장악…3년간 비리 대물림

지성의 산실인 대학교 캠퍼스에서 조직폭력배가 총학생회를 장악한 뒤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10년 충북의 모 대학에 다니는 조직폭력배 출신 신모(31)씨.

신씨는 이듬해 폭력 전과 등 결격 사유를 숨기고 총학생회장에 출마해 당선돼 회장직을 맡는 순간부터 횡포를 부렸다.

신입생 환영회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한 행사업체 대표인 김모(35)씨가 사례비를 주겠다며 계약을 요구해오자, 1년간 모든 행사를 밀어주기로 약속하고 1천 8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학생회 운영비 수백만원을 개인 돈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 졸업앨범 제작업체 사장인 장모(44)씨에게 수백만원을 받고 독점 제작자로 선정하겠다는 계약서를 체결했다.

그렇게 한번 발을 들여놓은 검은 거래는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듬해 자신의 후배인 조모(23)씨를 총학생회장에 당선시킨 뒤 배후에서 학생회 운영 전반에 관여했다.

자신이 기획사를 차려놓고 이 대학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자신에게 맡기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졸업앨범 역시 자신이 계약했던 장씨에게 맡겨 1천 5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총학생회를 등에 업고 학교를 장악한 신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져 갔다.

2013년도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그는 투표율을 조작해 자신의 또 다른 후배인 김모(24)씨를 당선시켰다.

단독 출마 시 3분의 1이상이 투표해야 하는데 이에 미달하자, 수백 명이 투표한 것처럼 임의로 꾸며 투표율을 조작한 것이다.

김씨는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범죄경력조회서에서 이 내용을 삭제한 뒤 학생자치기구인 대학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혐의도 드러났다.

신씨는 경찰에서 투표율 조작 외에 일부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조직폭력배가 대학 총학생회를 장악해 학생회비를 빼돌렸다는 첩보에 따라 이번 수사를 진행한 결과 총학생회 비리가 대물림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씨가 조직폭력배였다는 점에 착안해 배후에서 조직폭력배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대학 전·현직 총학생회장 3명과 앨범제작업체·행사 기획사 대표 등 2명 등 모두 5명을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학교 측 관계자는 현직 총학생회장인 김씨의 회장직을 박탈하고 징계 수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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