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검은머리 외국인’ 이었다

이재현 CJ회장, ‘검은머리 외국인’ 이었다

입력 2013-07-18 00:00
업데이트 2013-07-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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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차명계좌를 개설해 허위 회계장부로 빼돌린 돈 생활비, 미술품·와인 구입 등에 사용

눈 감은 이재현 CJ 회장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배임ㆍ횡령ㆍ탈세를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재현 CJ 회장이 1일 밤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눈 감은 이재현 CJ 회장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배임ㆍ횡령ㆍ탈세를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재현 CJ 회장이 1일 밤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18일 이재현 회장을 특가법상 조세포탈 및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3개월에 걸친 수사를 일단락했다.

검찰 수사결과 이 회장은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 처럼 행세하면서 마련한 자금으로 해외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수천억원의 해외 비자금을 운용·관리하면서 불법 ‘세테크’를 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은머리 외국인’은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이 돼 있지만,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법인등을 이용해 한국인이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거래를 해 시세차익을 챙기고 각종 세금납부 의무를 회피한다.

거액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카드 대금을 내거나 차량·미술품·와인을 사는 등 대기업 오너의 도덕 불감증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국내외 비자금으로 546억 조세포탈 = 이 회장은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면서 546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해외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포탈한 세금만 총 274억7천363만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이 회장은 2005년∼2009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로이스톤(Royston)’ 등 4개의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J㈜ 주식 등을 사고팔면서 1천87억원의 주식 양도소득을 취득하고서도 215억1천890만원의 양도소득세 및 배당소득세를 포탈했다.

이어 2009년∼2012년에도 페이퍼컴퍼니 ‘프라임 퍼포먼스(Prime Performance)’ 명의로 CJ프레시웨이㈜ 주식 130만주(현 시가 467억원)를 보유하면서 5억2천만원의 주식배당 소득을 챙기고 7천983만원의 배당소득세를 떼먹었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는 페이퍼컴퍼니 ‘탑리지(Topridge)’ 명의로 CJ㈜ 주식 등을 사고팔면서 174억원의 양도소득을 챙겨 18억1천89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

가장 최근인 2011년∼2012년에는 ‘타이거 갤럭시(Tiger Galaxy)’라는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해외 계열사인 CJ인터내셔널 아시아 지분을 인수한 뒤 1천만 달러의 배당소득을 차명으로 취득, 그 사이 발생한 40억6천401만원의 배당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이 1998년∼2002년 사이에 해외 법인 자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해외 비자금을 조성했고, 그 규모는 2천600억원 정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를 이용해 2004년 이후 국내 CJ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특히 싱가포르나 홍콩 등에 소재한 스위스 UBS 등 7개 외국 금융기관에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뒤 속칭 ‘검은머리 외국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주식투자를 해 납세 의무를 저버렸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다만 1998년에서 2002년 사이에 조성된 해외 비자금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나 공소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재벌총수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비자금과 별도로 국내에서 운용한 비자금 규모는 3천600억원 정도로 드러났다.

국내 비자금은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일부 있으나 상당 부분이 그룹 계열사 법인자금을 착복해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이를 이용해 2003년∼2007년 CJ그룹 임직원 459명 명의로 차명계좌 636개를 굴리며 CJ㈜ 주식을 사고팔아 1천182억원의 이익을 챙기고 238억4천43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

또 2003년∼2005년 회계장부를 조작해 법인자금 124억8천만원을 빼돌려 쓰고도 이에 대한 법인세 33억1천760만원을 내지 않았다.

총 271억5천여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이다.

◇1천532억원대 횡령·배임 = 이 회장은 국내외 법인의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회삿돈 718억9천여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1998년∼2005년 복리후생비나 회의비, 교제비, 조사연구비 등을 지급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며 CJ㈜의 법인자금 603억8천131만원을 빼돌렸다.

또 2010년∼2013년엔 홍콩이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회계장부를 조작해 115억1천37만원을 빼돌렸다. 검찰은 이 회장이 현지법인에 근무하지 않은 사람의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빼돌린 돈을 자신과 가족들 생활비로 쓰거나 카드 대금 납부, 차량·미술품·와인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외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종잣돈으로 쓰기도 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도쿄 아카사카 지역의 팬 재팬(Pan Japan) 빌딩과 센트럴(Central) 빌딩은 모두 이 회장 소유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07년 1월과 10월 각 두 건물을 구입하려고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일본법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일본법인이 연대보증 서도록 해 총 244억4천163만원을 횡령하고 569억2천여만원 상당의 금액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 공모자들도 사법처리 = 검찰이 파악한 이 회장의 개인 실명 재산은 지난 5월 기준 2조82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 중 상당수는 상장 주식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받은 국내외 급여와 배당금만도 305억원에 이른다.

CJ그룹은 회장실 산하에 이 회장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전담팀을 두고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천억원의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관리해왔다.

회장실 내에 재무담당 상무와 부사장, 직원 7명의 재무2팀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해외에도 홍콩이나 미국 법인에 전담 직원을 두어 차명재산을 관리했다.

전담조직 직원들은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이 회장 개인 재산을 증식·관리했고, 국내외 계열사 재무담당자에게는 회계 장부를 조작한 후 돈을 빼돌려 상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지시를 따라 범행에 가담한 그룹 임직원들을 함께 사법처리했다.

앞서 지난 6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신동기 CJ 홍콩법인장은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이날 추가 기소했다.

현 재무담당 부사장인 성모씨, 전 CJ㈜ 대표 하모씨, 전 CJ일본법인장 배모씨 등 3명은 모두 불구속 기소하고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중국총괄 부사장 김모씨는 지명수배와 동시에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아울러 이 회장의 해외 미술품 구매를 대행해 준 것으로 드러난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로 넘겼다. 금융조세조사2부는 서미갤러리와 홍 대표의 탈세 고발 사건을 수사중이다.

검찰은 이 회장의 CJ그룹 계열사 주가조작 혐의 등에 대해서는 관련자 등을 상대로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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