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하랬더니” 잿밥 눈독 들인 투자자문관

“투자유치 하랬더니” 잿밥 눈독 들인 투자자문관

입력 2012-11-03 00:00
수정 2012-11-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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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영광군 의욕 앞서 관리 뒷전…수억 사기에 ‘깜깜’

전남도가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채용한 투자유치자문관이 업체와 짜고 국고를 받아 가로채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 여수와 완도 공무원의 수십억대 국고 횡령 사건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은 사건이 발생, 보조금을 잘못 지급한 전남도와 영광군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남도와 일선 시군 등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관리는 뒷전이어서 이 같은 비리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조상철 부장검사)는 기업 대표와 짜고 국가 보조금 7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전남도청 투자유치자문관 최모(43)씨를 최근 구속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께 중소 중장비업체 대표 김모(63)씨와 짜고 이 회사가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지 않는데도 이전하는 것처럼 허위 계획서를 꾸며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에 지급하는 국가 보조금 7억7천만 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최씨가 전남도로부터 투자유치자문관으로 채용돼 정식 계약을 맺은 사실상 준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이다.

홈쇼핑 업체 근무 경력 등 업계에서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수년 전 전남도가 추진한 쌀 판매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인연 등으로 2008년 투자유치 자문관에 위촉됐다.

이후 4년여동안 도와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월 150만~2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10여 개의 기업 유치를 성사시키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8월 부도 위기에 놓인 한 중장비업체 대표와 짜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에 지급되는 ‘지방투자촉진 기업이전 지원 보조금’을 노렸다.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토지 매입 대금의 절반 등을 국고에서 지원한다.

중장비 업체 대표 김씨는 수도권에 공장이 없으면서도 경기도에 공장을 둔 것처럼 가짜 임대차 계약서와 현판 사진 등을 만들고 이 공장을 2013년에 전남 영광군으로 이전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보조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업무위탁을 받은 최씨가 현장확인 등 사실상 ‘짜고 친 고스톱식’ 출장 확인서 등을 전남도에 제출했다.

최씨의 말만 철석같이 믿은 전남도, 영광군, 심지어 지식경제부는 일사천리로 업무를 처리, 지난해 말 거액의 보조금을 선뜻 건넸다.

이 사기 행각에는 행정기관의 무사안일한 행정도 한 몫 거들었다.

보조금 지급은 절반의 땅값을 이전업체가 완납, 등기이전과 함께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뒤 나가도록 돼있다.

그러나 영광군은 이 규정을 무시하고 산단 조성업체의 보증만을 믿고 돈을 내줬다.

중장비 업체 대표 김씨는 현재 중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최씨는 보조금을 받은 업체 관계자로부터 2천400만 원을 따로 받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또 최씨가 전남지역으로 이전을 희망하는 수도권 기업 10여 곳으로부터 “국가보조금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컨설팅 비용으로 2억여 원을 챙긴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3일 “최씨가 수도권 기업 투자 유치에 열의를 갖고 있어 의심을 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영광군의 한 관계자는 “투자유치를 성사시켜야 겠다는 급한 마음에 다소 규정에는 미비했지만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남도는 교수와 대기업 출신 임원 등 60여명의 투자유치자문관을 위촉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줄 예산으로 연간 4천여만 원을 편성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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