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보수ㆍ진보 ‘불만족’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보수ㆍ진보 ‘불만족’

입력 2011-11-08 00:00
업데이트 2011-11-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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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흔적 역력한 절충안”, “짜깁기” 반응도

교육과학기술부가 8일 발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대해 보수ㆍ진보 학계 모두 대체로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절충안’이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도 보인 반면, 진보 진영은 형식상 균형을 이룬 듯 보이지만 내용상 미흡한 점이 많은 ‘짜깁기’라고 비판했다.

교과부는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3가지 사항에 대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집필기준 본문에 3번 사용된 자유민주주의 표현 중 하나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꿨다. 또 ‘독재’라는 용어를 명기하는 등 정면 배치돼 온 보수ㆍ진보 진영의 의견을 두루 반영하는 형태로 수렴했다.

이와 관련 진보 진영에서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용어를 넣은 것을 강하게 비판하고, 그간 주장해 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독재’라는 용어가 수용된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인재 연세대 교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그나마 헌법 용어를 쓴 게 다행이지만 여기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병행돼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로 오해될 수 있어 문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하나라도 살아있으면 원래 의미가 오용된다”고 지적했다.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도 “대다수 역사학계에서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맞다고 의견이 모아졌는데 학자들의 의견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일부 의견을 따르는 방식으로 집필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독재를 해서 장기집권을 한 것이지 장기집권의 결과로 독재가 나타난 게 아니므로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라는 표현도 말이 안된다”며 “사실에 대해 의도를 넣어서 설명하다보니 이해되지 않는 문구가 나왔다. 독재의 의미가 왜곡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형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연구위원도 “‘독재’라는 단어를 서술해 독재를 인정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장기집권만이 독재의 근거는 아니기 때문에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라는 표현이 독재의 의미를 제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또 “유엔에서 대한민국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한 것은 맞지만 유일하다고 표현한 적은 없었고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을 때 정부도 북한 가입을 인정했다”며 교과서 집필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용어 사용을 환영하면서 전반적으로 무리 없는 결정이라는 반응이었지만 ‘독재’ 용어 명기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 사용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아쉬운 점은 있으나 중지를 모아 고심 끝에 나온 절충안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면 무리는 없지만 조금 더 명확한 설명이 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당연히 들어가야 할 내용이며 유엔 결의에 따른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고 자세히 언급한 점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도 “‘유일한 합법정부’ 표현은 당연하고 잘 된 일이다. 이 표현을 빼면 한국 말고 다른 정부가 있었다는 말인가”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대신 ‘자유민주주의’라고 분명히 했으면 혼란이 없을 텐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일부가 편애하는 방향으로 해석할까 우려된다”며 “해석에 따라 애매모호하게 남겨둬서 아쉽다”고 말했다.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 용어에 대해 강규형 교수는 “이승만ㆍ박정희 정부는 장기집권에 의해 생긴 권위주의적 체제 성격이 강한 정부였으나 전두환 정부는 권위주의 정부였지만 장기집권은 아니었다”며 “그래서 ‘장기집권 등’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희영 교수는 “‘독재’ 명기는 독재가 역사적 사실이라 반대하지는 않는다. 우리도 독재가 있었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고 독재를 비판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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