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소장품 소유권 놓고 충돌

규장각 소장품 소유권 놓고 충돌

입력 2011-05-20 00:00
업데이트 2011-05-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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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정문화재만 국고 귀속” vs 문화재청 “민족적 자산 이관 당연”



서울대와 문화재청이 규장각 소장 문화재의 소유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된 ‘비지정 문화재’의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문화재청은 서울대 법인화법에 명시된 대로 국가 소유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9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 규장각이 소유하고 있는 자료는 ▲국보 7종 ▲보물 8종 ▲고도서 18만여책 ▲고문서 5만여장 ▲책판 1만 8000장 등 모두 27만여점에 이른다. 여기에 서울대 박물관에도 4종의 보물과 함께 수만점의 문화재가 소장돼 있다.

이 가운데 국보와 보물 등 ‘지정 문화재’의 경우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서 정부가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비지정 문화재를 두고 서울대와 문화재청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지정 문화재는 시·도 조례에 따라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가운데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말한다.

서울대는 지정된 문화재 이외에 다른 문화재는 국가가 돌려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기호 서울대 박물관장은 “학내 법인화 공청회에서 문화재 소유권을 서울대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면서 “연구와 교육을 위해서라도 국가 소유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비지정 문화재라도 민족문화 자산인 만큼 소유권은 당연히 국가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서울대 법인화법을 만들 당시 문화재에 대해서는 (서울대에) 양도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면서 “서울대 규장각 등에 소장된 문화재는 대부분 국고로 확보·관리하고 있으며, 국가 소유라도 다시 규장각 등에 위탁관리할 텐데 왜 서울대가 소유권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대와 문화재청의 입장이 맞서는 것은 법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서울대 법인화법 22조에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를 제외한 국유재산 중 대학 운용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무상 양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서울대는 “문화재라는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고 판단하는 반면 문화재청은 “문화재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두 기관의 대립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해당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가 작지 않은 데다 규장각에 소장된 비지정 문화재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 유산인 ‘조선왕실의궤’와 비변사 및 의정부 등록 등 중요 기록물이 포함돼 있어서다. 또 서울대 박물관에도 근역서휘(서예집)와 고구려 토기 등 중요한 문화재가 많다.

학계에서는 이들 유물이 문화재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학술적·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한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철도청이 코레일로 바뀔 때 옛 서울역사가 국가로 귀속됐다.”면서 “(서울대가) 주장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국가 소유의 문화재는 당연히 국가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법률 전문가는 “일단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 정의를 따르는 것이 맞지만 사안이 특수한 만큼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1-05-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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