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인수한다며 ‘먹튀’…상인들 피눈물

마트 인수한다며 ‘먹튀’…상인들 피눈물

입력 2010-11-03 00:00
업데이트 2010-11-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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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권 강탈,물품 ‘땡처리’…피해자 2명 자살

 2008년 8월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중소마트 업주인 한모(28)씨가 매장 뒤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사채업자 서모(48)씨에게서 3천만원을 빌린 것이 화근이었다.서씨는 한씨가 경영난에 빚을 못 갚자 마트 지분 98%를 달라고 압박해 사업자 등록증의 이름을 바꿨다.

 3천만원 빚에 수억원짜리 마트를 강제인도 형태로 빼앗겼지만,서씨 측이 채무와 관련된 서류를 내세운 탓에 한씨는 억울함을 제대로 호소할 수도 없었다.

 한씨는 사업자명(名)이 바뀐 지 불과 이틀 만에 유서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씨 측은 한씨가 숨지자 마트 상품을 헐값에 내놓는 속칭 ‘땡처리’로 팔고 껍데기만 남은 가게를 폐업처리 했다.

 마트 인수를 내세워 상인들의 재산을 남김없이 거덜내던 전문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충격을 못 이겨 자살한 피해자가 한씨를 비롯해 2명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공동공갈 등 혐의로 서씨와 김모(42)씨,이모(34)씨 등 주범 3명을 구속하고 강모(47)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 등은 수도권 마트 6곳을 부당 인수하고 상품과 시설물을 처분해 2008년 6월부터 지난 1월 사이 모두 15억5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경영난에 빚이 많은 마트 업주에게 ‘채무를 안고 가게를 사겠다’며 계약을 하고,인수 대금을 주기 전에 사업자 등록증의 이름을 변경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일당을 보내 매장 계산대를 장악하고,외상 주문한 상품을 30∼50% 할인가에 마구 팔아 수익을 챙기고 시설물까지 처분하고 나서 잠적했다.가게의 자산을 골수까지 빨아먹는 ‘먹튀’ 수법이었던 것.

 1억∼4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은 핑계를 대며 지급을 미뤘고,업주가 항의하면 전주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인 이씨 등이 나서 ‘가만히 있으라’며 협박했다.

 이들은 돈을 받고 이름만 빌려주는 ‘바지사장’을 통해 사업자명을 수차례 변경해 범행 뒤에도 대금 청구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들은 서씨 등이 가로챈 물품대금,매장 보증금,관리비까지 고스란히 빚으로 지게 돼 집을 압류당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마트의 직원이던 박모(39)씨는 일당에게 속아 외상물품 결제서에 사인했고,이후 도매업자들에게 1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고소되자 지난해 5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SSM(기업형슈퍼마켓)과의 경쟁과 업주 채무 등으로 사정이 어려운 마트가 많다는 점을 노려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일당은 고소를 당해도 결국 민사소송이 돼 구제가 어렵다는 점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경찰에서 “김씨 등에게 마트 인수를 시킨 것은 맞지만 이후 일은 채무관계 때문에 일어난 민사상의 문제”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뻔뻔함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문한 상품을 계속 땡처리하는 이상한 마트가 있다’는 납품업자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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