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인증 교육기관서 학사 국내 대학원서 석·박사 취득”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A위원장이 학위 수여자격이 없는 미국의 비인증 교육기관에서 발급한 학사 학위를 활용, 국내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교육부로부터 인증을 못 받은 학위는 국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A위원장의 대학원 입학 및 석·박사 학위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선거를 치르는 선출직에서 이 같은 학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 검증 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6·2 지방선거의 경우 학력 등 후보의 신상명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은 A위원장의 학사 학위에 관련된 의혹을 22일 열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산하단체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제기하겠다고 21일 밝혔다.
1990년대 후반 서울시의원을 지내고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A위원장은 1990년대 당시 선거 공보물 학력란에 ‘미 H대 사학과 졸업’이라고 기재했다. 그해 당선돼 4년 동안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하다 다음 선거에서 낙선한 A위원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했고, 공보물에서 H대 기록을 뺀 채 국내 모 대학 석·박사 학위만 기재했다.
하지만 미국 고등학력인가위원회(www.chea.org)나 국립학위정보센터(www.nationalstudentclearinghouse.org)에서는 A위원장이 졸업했다는 H대가 교육부 인증대학으로 검색되지 않는다. 국내외 대학 학위 검증업무를 담당해 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비인가대학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의심이 되는 학사 학위증을 제출받아 대학과 미국의 기관 등에 연락하면 검증에 6개월 정도가 걸린다.”면서도 “관련 사이트에 명단이 없으면 비인증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대 공식 사이트도 “미국 상무부가 설치를 허가했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 교육부 인가를 받았다는 내용은 없다. 미국 오리건주는 홈페이지의 비인가대학 리스트에 이 대학을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 A위원장은 “1998년에 미국 대사관의 공증을 받은 사안”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시기에 재학했는지, H대가 위치한 지역에 얼마나 체류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해외 대학 학력인증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선거공보물에 학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최고 당선무효형도 받을 수 있는 만큼 교육과학기술부와 대교협, 중앙선관위는 6·2 지방선거 당선자 전원의 학력 등 신상명세에 대한 사후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10-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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