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스 ‘한국전쟁’ 신간 출판… “김대중 전 대통령에 헌정”
지난 1981년 ‘한국 전쟁의 기원’을 출간, 당시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미국 역사학자인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다시 6·25전쟁 저서를 냈다. ‘한국전쟁(The Korean War)’이라는 제목을 단 288쪽의 책은 30년 남짓만에 6·25전쟁을 다시 다룬 저작으로, ‘한국전쟁의 기원’의 증보판 격이다. 이달 중순 출판됐다. 커밍스는 책 서두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헌정한다’ 라고 써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커밍스의 시각은 주로 1980년까지 공개된 미국 측 자료에 의존했고, 1990년대 옛 소련의 6·25전쟁 당시 외교문서가 빛을 보면서 김일성의 전쟁 책임론을 입증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 자료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한국전쟁’은 지금껏 제기된 비판들에 대한 커밍스의 답변이자 현재의 북한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정리한 책인 셈이다. 커밍스는 여전히 6·25전쟁을 ‘내전’으로 해석했다.
커밍스는 “지금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1950년 6월에 시작돼 1953년 7월에 끝났고, 미국인들이 주역이었다는, 불과 몇 마디로 요약된 이야기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결코 미국의 적(북한)을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모른다.”면서 대다수 미국인들이 모르고, 또 아마 알기를 원치 않는 진실, 때때로 미국인의 자부심에 상처를 줄 만큼 충격적인 진실들을 밝히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책은 6·25전쟁의 전개과정과 미국인들의 의식, 냉전시대 미국의 세계 정책에 미친 영향 등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까지 분석했다.
커밍스는 결론에서 6·25전쟁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순수하게 한국인끼리의 내전이었다면 식민주의·민족분단·외세개입으로 잉태된 긴장을 해소할 수도 있었을 것인 만큼 진짜 비극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다.”라면서 “비극은 전쟁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전전(戰前) 상태가 그대로 복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해외군사기지 구축을 구조화시키고, 미국을 세계의 경찰로 탈바꿈시킨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아니라 바로 한국전쟁”이라며 6·25가 미국의 향후 대외전략에 미친 영향도 지적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2010-09-29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