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규 영화 ‘아리랑’ 필름 일본에 없다”

“나운규 영화 ‘아리랑’ 필름 일본에 없다”

입력 2010-08-13 00:00
수정 2010-08-1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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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기념비적 영화 ‘아리랑’의 필름은 일본인 아베 요시니게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그의 소장품에서도 이 필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연갑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최근 도쿄에 있는 일본국립필름센터를 방문해 도치기 아키라 주임연구원으로부터 ‘아베 소장필름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그 가운데 ‘아리랑’을 비롯한 한국영화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13일 말했다.

그는 “필름센터가 발간한 뉴스레터 4~5월호와 6~7월호에도 아베 소장필름을 조사한 경과가 실렸는데, 한국영화는 없었다는 내용이 나온다”면서 “도치기 연구원도 ‘아리랑’은 물론이고 한국 관련 필름이 한 편도 없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이어 “한국영상자료원도 아베 컬렉션에 ‘아리랑’이 없다는 것을 수년 전부터 파악한 것으로 안다”면서 “일본국립필름센터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의 ‘아리랑’ 필름 소장 여부는 그의 생전부터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1926년 10월 서울 단성사에서 상영된 ‘아리랑’은 춘사 나운규(1902~1937)가 각본, 감독, 주연을 맡은 흑백 무성영화다.

누이동생을 겁탈하려는 일본 경찰의 앞잡이를 죽이고 오랏줄에 묶여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 미치광이 영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우리 민족에게 뜨거운 감격을 줬으며 주제가 ‘아리랑’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아리랑’ 필름의 행방은 묘연해졌고 1990년대 초 일본 오사카에 사는 아베 요시니게가 소장하고 있다는 말이 한국에 퍼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아베는 생전에 ‘아리랑’ 외에도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희귀한 한국영화를 50여편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이나 여러 방송사 등이 아베로부터 필름을 입수하려 했지만 그는 필름을 공개하지 않고 ‘아리랑’을 비롯한 한국 영화 정보가 적힌 목록만 공개했다.

이 목록 가운데 ‘아리랑/9권/현대극’이라는 항목은 있지만 필름을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름 반환 요청을 완강히 거부하던 그가 2005년 2월 81세에 상속인 없이 사망하자 그의 소장품에서 ‘아리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었다. 그러나 이번에 아베 역시 필름을 소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한국영상자료원장을 지낸 이효인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2005년 아베가 죽고 나서 일본 국립필름센터 수장고를 찾아가 조사를 했는데 ‘아리랑’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아베의 필름들은 뚜껑을 열어보면 녹이 다 슬어 있을 정도로 보관 상태가 나빠서 만약 ‘아리랑’이 있었다해도 볼 수 없는 상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 관계자도 “최근 국제아카이브연맹을 통해 일본 필름센터와 영화 목록을 공유했는데 ‘아리랑’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연갑 이사는 “’아리랑’이 정말 없다면 한국 연구자들이나 언론은 그동안 아베한테 사기를 당한 것”이라면서 “아베는 ‘나운규는 우리한테 적’이라고 말하는 등 보수 우익 행태를 보였다. 그가 죽기 전에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하는데 이런 걸로 보면 ‘아리랑’이 있는데 유언을 통해 감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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