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응급약국 출발부터 삐걱

심야응급약국 출발부터 삐걱

입력 2010-08-04 00:00
업데이트 2010-08-0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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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방범시스템 갖춘곳 9곳 뿐… 약사들 근무기피

심야에도 일반인들이 응급약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시범 도입·지정된 ‘심야응급약국’이 시행 2주일 만에 문제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논란은 심야응급약국의 실효성 문제로 옮겨 붙었다. 이 때문에 심야응급약국 제도의 파행도 예상되고 있다.

3일 일선 약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약사들은 심야응급약국에 대해 “생색내기 정책”이라고 밝혔다. 시범실시지만 심야시간대의 취객이나 범법자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할 뿐 아니라 심야약국 운영에 따른 지원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종로구의 한 약사는 “금품 등을 노린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데다 응급환자들이 많이 찾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업이 잘되는 것도 아닌 심야응급약국은 솔직히 약사들에게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최근 여약사 납치·살해사건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가운데 심야응급약국의 방범문제는 약국 운영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역에 지정된 심야약국 18곳을 확인한 결과, 수화기를 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근 지구대에 신호가 전달되는 장치 등 범죄에 대비한 비상시스템을 갖춘 약국은 절반인 9곳에 불과했다. 이 또한 약국이 스스로 취한 자구책이었다. 폐쇄회로(CC)TV는 일부 큰 약국에만 설치돼 있었다.

심야에 근무하는 약사에 대한 인건비와 밤새 사용해야 하는 전기료 부담도 만만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급 2만 5000원씩을 지급해야 하는 야간 근무 약사 2~3명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근무할 경우 매일 30만~45만원, 한 달에 1000만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들고, 큰 약국의 경우 전기료도 만만치 않은 데 비해 약국을 찾는 고객은 많아야 1~2명에 그치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초구에서는 심야응급약국 운영 1주일 만에 야간에 근무할 약사를 찾지 못해 심야약국 운영을 포기한 약국도 있었다.

마포구 푸른약국 조송미 약사는 “심야응급약국은 응급환자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면서도 “시범실시 후 정상 운영 단계에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실효성 있는 운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제도 초기부터 섣불리 지원책을 내놓았다가 나중에 관리가 안 되면 중도에 철회할 수도 없게 된다.”면서 “시범실시 중에 드러난 시행착오를 감안해 효율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0-08-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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