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거리시위로 바뀌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상흔을 남겼다.
그러나 ‘촛불’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에 따라 여전히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인사들은 일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부의 일방적 태도에 제동을 거는 등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반면 보수 쪽은 불순세력의 선전선동에 의해 공권력이 무력화하고 사회질서가 어지러워진 ‘폭동’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하며 법질서 확립 등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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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서 출발…광우병 논란으로 ‘광풍’
촛불집회는 2년 전 학생들이 주로 참여한 문화제 성격의 모임에서 시작됐다.
2008년 4월 고등학생 100여명이 정부의 ‘학교자율화’ 정책에 따른 0교시 수업 허용 등에 반발하며 모인 것을 계기로 주말마다 서울 청계광장과 광화문 등에서 다양한 명목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 즈음 MBC PD수첩의 광우병 위험성 보도 등이 도화선이 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고,그해 5월2일 한 인터넷 카페가 개최한 ‘제1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시민 1만여명이 모였다.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문화제’라는 명목으로 열리던 촛불집회는 5월24일 밤 거리행진과 대규모 연행 사태로 이어지면서 거리시위로 탈바꿈했다.
이어 현충일 연휴인 6월6∼8일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집회와 6월 민주화항쟁 21주년 기념일인 6월10일 ‘100만 촛불집회’에서 촛불은 절정처럼 타올랐다.
비폭력·평화 기조가 유지된 가운데 자발적 참여 열기에 시민의 자유발언,즉석토론,문화행사 등 현장의 생생함이 결합해 1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이 동참했다.
하지만 이후 정치성을 띤 일부 시민단체들이 집회 주도세력으로 참여하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점차 줄어들었고,이에 촛불은 서서히 꺼져갔다.
경찰은 촛불집회가 5월2일부터 8월15일까지 전국적으로 모두 2천398차례 열렸고,참가인원은 총 93만2천680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집회를 주도했던 주최 측은 참가 인원을 300만명으로 추산했다.
●광우병 논란에서 이념대립 심화로
촛불집회는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을 만큼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지만 좌우 이념대립 심화라는 후유증도 남겼다.
광우병 논란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로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좌우 이념 대립이 심화하는 현상이 초래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보수와 진영 간 이념 갈등이 지역 간 대립보다 훨씬 심해져 사회적 소통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촛불집회로 소통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서로 공감하기는 했으나 이념 대립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촛불집회를 계기로 좌우 갈등,보혁 갈등이 거의 절정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보혁 대립은 세종시 논란과 4대강사업,무상급식 등 사회적인 이슈와 연계되면서 양측 간 이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마저 보인다.
진보 성향인 참여연대의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촛불집회를 계기로 중요한 정책은 시간이 걸려도 국민과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지만 이후에도 소통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정부 지지세력한테는 위기감이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진영인 라이트코리아의 봉태홍 대표는 “잠복해 있던 좌파 세력이 촛불집회를 기회로 실체를 드러냈다”며 “국민이 더는 일부 선동 세력에 휩쓸리면 안 된다”고 했다.
●‘촛불 평가’ 여전히 엇갈려
촛불집회 2주년을 맞아서도 진보,보수 진영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진보 진영은 촛불집회가 광주 민주화항쟁 이후 자발적인 최대 규모의 집회였으며 이를 계기로 광장민주주의,시민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다고 평가한다.
정대화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촛불 시위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무분별한 도입에 대한 문화적이고 온건한 문제 제기였고 일반 서민의 광범위한 운동이었다.사회운동의 관점보다는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도 “자신이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어떤 큰일이 발생했을 때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고 나서서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는 건 사회에 굉장히 역동적인 힘”이라며 “일반 시민 수백만명이 광장으로 나왔다는 것은 사회에 그만큼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반해 보수 진영은 일부 시민단체가 촛불집회를 주도했고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한 선전전이 펼쳐졌으며 집회가 폭력 양상으로 번졌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우리가 가진 민주주의의 얼굴은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촛불집회는 품위있는 모습으로 시민의 권리가 나타나지 못했다”며 “촛불집회를 광장민주주의,참여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건 정직하지 못한 평가”라고 긍정론을 일축했다.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도 “촛불집회로 경찰 등 공권력이 가장 무력화됐다.이것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법치를 파괴하는 잘못된 시위였다”라고 규정하고선 “다시는 이런 시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국민은 한번 속지 두 번 속지는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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