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는데 ‘쾅’…선임병이 날 살려”

“샤워하는데 ‘쾅’…선임병이 날 살려”

입력 2010-03-29 00:00
업데이트 2010-03-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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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는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출렁거렸어요.사방은 온통 깜깜해졌어요.선임병이 침착하게 살 길을 알려주었어요.”

 지난 27일 오후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이은수(22) 이병.그는 당시 생사의 귀로에 섰던 순간을 아버지 이윤원(50)씨에게 이렇게 전했다.

 사고 직후 해군2함대사령부로 이송된 아들 은수를 만나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이씨는 이후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아들을 두 차례 더 만났다.

 다음은 이씨가 아들로부터 전해 들은 당시 상황.

 지난 1월 10일 의무병으로 입대한 이 이병은 사고 당일 오후(시간을 잘 기억하지 못함) 일과를 마치고 갑판 밑에 있는 목욕실에서 혼자 목욕하고 있었다.

 목욕실 옆에서는 이 이병의 동기(이름 모름) 한 명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쾅’하는 폭발음이 귀청을 때렸다.순식간에 목욕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쓰고 있던 안경까지 없어져 버린 상태에서 이 이병은 어두운 선실 벽을 더듬어 목욕실 밖으로 나왔다.거기에는 빨래를 하고 있던 다른 이병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떨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미처 옷도 입지 못하고 떨고 있던 이 이병에게 한 선임병이 옷을 가져다주며 “얼른 입으라”라고 했다.그리고 이 이병과 빨래하고 있던 다른 이병의 손을 이끌고 서둘러 갑판 위로 올라갔다.

 갑판 위는 선실에서 황급히 탈출한 다른 병사 수십 명 있었다.일부가 바다로 뛰어내리려 했으나 선임병들이 “아직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남았다.침착하라.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기다리라”라고 지시했다.

 이때 이 이병은 선체 후미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가라앉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또 선임병들 말고 부사관이나 장교가 있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구조대가 큰 배를 이끌고 천안함 근처로 다가왔다.이 이병은 참수리호라고 했다.

 그러나 배가 너무 커서 천안함 가까이 다가오면 충돌할 위험이 있다며 선임병들이 돌려보냈다.

 얼마후 해경선이 왔고 해경이 건네준 소방호스를 잡고 갑판 위에 있던 생존자들 수십 명이 침착하게 탈출해 성공했다.

 이 이병은 곧바로 해군2함대 사령부로 이송돼 1차 진료를 받고 27일 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다.다시는 꿈 꾸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밤이 지났다.

 손자를 보고 싶어하는 노모를 모시고 29일 국군수도병원에 찾아온 이 이병의 아버지는 “침착한 선임병들이 아니었으면 우리 아들은 죽었을지도 모릅니다.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수도병원에 있는 모든 구조자가 실종자 구조상황을 지켜보며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라고 기원하고 있다”면서 “부디 꼭 모두 살아서 구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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