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사건’초동수사 뼈아픈 실책

‘김길태 사건’초동수사 뼈아픈 실책

입력 2010-03-16 00:00
업데이트 2010-03-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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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파는 ‘사건형사’ 부재 아쉬움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납치.성폭행.살해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16일 피의자 김길태(33)의 현장검증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 양 실종이후 공개수사 전환(2월27일),김 씨 공개수배(3월2일),이 양 시신발견( “ 6일),김 씨 검거(” 10일) 등으로 숨가쁘게 이어지면서 김 씨의 잔혹한 범행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아동성범죄에 허술하게 대처한 치안당국,정부,국회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동시에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과 허술한 검거작전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셌다.

 이양 실종 이후 김 씨를 검거할까지 경찰수사의 문제점과 개선해야할 점 등을 살펴본다.

 ◇초동수사의 부실..뼈아픈 실책=이번 김길태 사건에서 경찰의 가장 치명적인 실책은 초동수사의 부실이다.

 이 양은 지난달 24일 오후 7시 이후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자신의 집에 혼자 있다가 납치됐고,오후 10시50분께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이 양의 집에는 이 양이 평소 끼고 다니던 안경과 휴대전화기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안경과 휴대전화기 두가지 물품을 놓고 보면 이 양이 잠시 어디 나갔거나,휴대전화기를 몸에 달고 살다시피하는 청소년들의 특성상 전화기를 놓고는 집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가출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양이 집에서 없어진지 3시간이 넘었지만 주변에 대한 수색을 게을리 했다.

 더구나 집 화장실 바닥에서 외부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화 발자국 3~4점이 발견됐는데도 경찰의 본격적인 수색은 다음날 아침부터 이뤄졌다.

 김길태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이 양의 살해시점은 이 양이 납치된 당일인 지난달 24일 밤 또는 25일 새벽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경찰이 실종 신고를 받은 당일 이 양 집 주변만 제대로 수색했어도 이 양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거나 최소한 이번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길태,경찰 비웃듯 도주행각=경찰은 지난달 27일 공개수사 전환에 이어 3월2일 김 씨를 공개수배하면서 하루 평균 4천500여 명의 경찰을 부산 사상구 덕포동 사건 현장과 주변 일대에 투입했다.지난 10일 김 씨가 검거때까지 동원된 인원은 3만여 명이 넘는다.

 여기다 경찰 헬기와 군견의 도움까지 받아 사실상 대간첩작전을 방불한 정도로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다.

 그러나 김 씨는 10일 오후 2시45분께 부산 사상구 삼락동 덕포시장 인근 현대골드빌라 주차장 앞에서 검거될 때까지 경찰의 포위망을 비웃듯 빠져 나거거나 헤집고 다녔다.

 특히 지난 3일 새벽에는 이 양 집 인근 빈집에서 은거해 있던 김 씨를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 김 씨는 범행장소를 벗어나 사상구 덕포동 양부모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작 현장에 경찰은 없었고 같은 달 27일 사상구 주례동 친구 주점에도 나타났지만 역시 검거에 실패했다.

 심지어 이 양 시신이 발견된 지난 6일 범행 현장 주변에서 김 씨가 나타났다는 여고생(18)의 제보가 있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또 사상구 삼락동의 한 미용실에 현금 27만 원이 없어지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흔적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바람에 조기검거의 기회를 놓쳤다.

 이 양의 집과 시신이 발견된 곳,경찰이 김 씨를 눈앞에서 놓친 곳이 모두 반경 50m 안에 있고,검거 지역도 불과 300m 거리에 있었다는 점 등은 경찰의 수색이 허술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양의 시신이 집 근처 50m안에 버려져 있었는데도 이를 찾는데 무려 10일이 걸려 지탄을 받기도 했다.

 ◇‘디지털 수사’ 한계?=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발품과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베테랑 형사의 부재에 따른 아쉬움이 많았다.

 이 양 시신 발견과 김 씨 검거에 오랜 시일이 걸린 것은 사건 현장 주변일대를 철저히 수색해야 한다는 형사사건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김 씨의 ‘아날로그적인 도주형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김 씨에게 운전면허가 없고 휴대전화나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는 점이 디지털 과학수사에 익숙한 경찰이 김 씨를 추적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분석이다.

 수사풍토가 휴대전화 발신지 추적이나 이메일 접속 등 통신수사에 익숙한 것으로 변하면서 과거처럼 현장을 이잡듯 뒤지는 발품수사와 정통 사건형사를 키우는데 소홀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성폭행범 관리의 허점 노출=김 씨는 상습 성범죄자였지만 경찰의 특별관리 대상은 아니었다.

 그는 1997년 9살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2001년 4월 출소 한달 만에 30대 여성을 납치,친구 집 등으로 10일간 끌고 다니며 성폭행해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6월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그는 ‘전자발찌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 수감돼 만기 출소했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김 씨는 출소 7개월만인 지난 1월23일 이 양 사건과 동일한 지역에서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인근 옥상으로 끌고 가 감금해 놓고 성폭행했다.당시 전자발찌를 착용했다면 범행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의 소급적용 문제는 차치하더라고 성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관리는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23일 사건의 경우 경찰은 성폭행 남성이 김 씨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형사 2명에게 성폭행 사건을 배당하고서는 적극적인 검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당시 성폭행 전과 전력이 있는 김의 검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이 양의 죽음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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