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심장소리 듣고 낙태 참았어요”

“태아 심장소리 듣고 낙태 참았어요”

입력 2010-03-16 00:00
업데이트 2010-03-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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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으로 자퇴 몰렸던 미혼모 여학생의 ‘아픈 기억’

 고교 3학년 때 임신을 한 A(19)양은 당시 낙태를 포기하고 재학중 출산을 결심한 계기를 간단하지만 차분하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애를 지울 생각도 했어요.그런데 태아 심장 소리를 듣고 결국 마음을 바꿨어요.” 현재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세무회계를 전공하는 A양은 16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중요한 고3 시기에 임신했지만 애도 낳고 학업도 계속 하고 싶었다.아기 아빠도 아이를 낳아 키우자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도권의 한 고교에서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A양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임신에 초반에는 적잖이 당황했다.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 살았던 오빠의 친구(26)와 사귀다가 덜컥 아이를 갖게 된 것이다.

 양가에서 교제를 허락한 상태였지만 A양의 임신 사실이 작년 4월13일 학교 측과 A양 어머니에게도 알려지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해당 학교 보건교사가 입덧으로 괴로워하는 A양을 우연히 발견해 담임교사와 의논했고,담임교사와 3학년 부장교사는 다음날 A양 어머니를 불러 “임신한 상태로 학교에 다니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교장 선생이 알면 당장 퇴학”이라며 A양의 자퇴를 종용했다.

 이 학교 학생의 일부 학부모는 “A양이 다른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A양의 등교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심적으로 괴로웠던 A양은 결국 낙태까지 고려했으나 병원에서 6주 된 태아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A양은 “임신했을 때는 부끄럽다기보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A양 어머니도 “자퇴하면 검정고시도 볼 수 있고 퇴학보다는 자퇴가 더 낫다”는 학교측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딸의 자퇴원을 냈지만 딸을 졸업시켜야 한다는 일념에 진정을 냈다.

 어머니는 “딸이 재학 중에 임신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그 애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성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딸을 보고 배운다’고 하는데 정말 답답했다.어떤 학생이 배부른 상태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것을 보고 배우겠느냐”고 반문하고선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낙태를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행히 A양 어머니가 작년 4월에 낸 진정사건을 조사한 인권위원회가 해당 학교장에 재입학 허용을 권고했고 학교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작년 7월13일 재입학할 수 있었다.

 A양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지만 100일을 하루 앞둔 딸,직장인인 남편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A양은 “저보다 어머니가 더 고생했다.너무 고맙다.어머니의 노력으로 공부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며 “비슷한 상황을 겪는 여학생들도 학업을 포기 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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