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前사장 “돈봉투 식당의자에 놓고 왔다”

곽 前사장 “돈봉투 식당의자에 놓고 왔다”

입력 2010-03-12 00:00
수정 2010-03-1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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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내용과 증언 달라… “매장 같이 가 980만원 골프채도 사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달러를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5만달러를 오찬 후 앉았던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한 전 총리를 기소하면서 “오찬이 끝난 후 2만, 3만달러씩 담겨 있는 편지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주었다.”고 밝힌 공소내용과는 달라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진행된 한 전 총리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장은 “오찬이 끝나고 주머니에 있던 돈 넣은 것(봉투)을 내가 밥 먹던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장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 먼저 나갔고 자신이 조금 늦게 나왔으며, 봉투를 놓은 뒤 의자를 식탁 안쪽으로 밀어 넣지는 않았고, 봉투 놓는 것을 본 사람도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한 전 총리에게 봉투를 보여 줬느냐는 물음에는 “어떻게 보여 주느냐.”며 “한 전 총리가 봉투를 봤는지 안 봤는지를 알지 못하며, 누가 그것을 가져가는지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곽 전 사장은 또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두 차례 번복한 것에 대해 “이미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얘기했고, 계속 추궁을 받게 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몸이 안 좋아 죽을 것 같아 (사실대로) 다 얘기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실에서 밤 12시까지 조사를 받고, 새벽 1∼2시까지 변호인 없이 검사와 면담하느라 구치소에 오전 3시쯤 돌아오기도 했다. 구치소에서는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야 해 매우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자금 명목으로 한 전 총리 측에 1000만원을 전달했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대해서도 그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대한통운 서울지사에서 발행한 10만원권 수표 100장의 인출 내역이 담긴 금융기관 전표와 골프채 가방, 옷가방 판매 내역 옆에 한명숙이라고 기재된 장부 등을 제시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일제 혼마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 캘러웨이 퍼터, 닥스 골프가방과 옷가방 등을 받았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은 이와 관련, “가격을 600만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는 아이언만 생각한 것이고 전체를 다 합하면 980만원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증언했다.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가) 장관을 그만두고 쉴 때 골프나 좀 배워 보라는 생각으로 같이 가 사줬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여성 전무가 한 전 총리를 ‘사모님’이라고 불러 “높은 분을 사모님으로 부르는 게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골프채를 사주는 것에 한 전 총리가 동의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곽 전 사장이 주요 공소사실을 번복하거나 부인한 것은 아니다. 식사 후에 돈봉투 2개를 줬다는 진술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오후 11시20분까지 계속 진행되는 등 집중적인 심리로 진행됐다. 한 전 총리측 변호인이 곽 전 사장에 대한 반대심문을 다 마치지 못해 재판부는 12일 다시 곽 전 사장에 대한 증인심문을 계속하기로 했다.

김지훈 장형우기자 kjh@seoul.co.kr
2010-03-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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