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탈북’ 10년후 美국무부상 받은 여성

‘목숨걸고 탈북’ 10년후 美국무부상 받은 여성

입력 2010-03-09 00:00
업데이트 2010-03-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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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탈출한 한 아기 엄마가 미국까지 와서 받게 된 이 상은 저 개인에게 주어진 상이 아니라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고 북한 주민들에게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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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기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를 받게되는 탈북여성 1호박사인 이애란(46)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가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국무부 행사에 참석했다. 수상식은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기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를 받게되는 탈북여성 1호박사인 이애란(46)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가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국무부 행사에 참석했다. 수상식은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기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받게 된 탈북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46)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는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수상 소식을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97년 돌이 지나지 않은 갓난 아들·부모와 함께 탈북,국내에 정착해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박사학위를 받은데 이어 결국 국제적인 상을 받게 된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면 큰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이 박사가 오는 10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으로부터 받게 되는 이 상은 국무부가 매년 세계 여성의 날(3월8일)를 전후해 여성 인권,정의 실현에 공로가 큰 전세계 여성 지도자들을 뽑아 수상하는 상이다.

 올해는 이 박사를 포함해 여성 인신매매,여성 인권차별과 싸우거나 여성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아프가니스탄,도미니카 공화국,이란,케냐,스리랑카,시리아,짐바브웨 등의 여성 10명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 박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세계가 앞으로 북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북한의 인권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상이 무척이나 영광스럽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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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미국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기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받게 되는 탈북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46)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 연합뉴스
오는 10일 미국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기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받게 되는 탈북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46)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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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10일 수상식에 참석해 이 박사를 만나 격려할 예정이다.

 이 박사는 ”오바마 여사나 클린턴 장관을 만나면 모두가 여성이고 자녀의 엄마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아동문제,탈북청소년 교육문제 등을 보다 진지하게 얘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어려움을 딛고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를 취득,북한 전통음식을 알리는데 힘쓰면서도 어려운 처지의 탈북여성의 자활을 돕고,탈북 초.중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탈북자들의 사회정착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노력이 평가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의 추천으로 이번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는 ”탈북자 사회와 남쪽 사회를 연결시키는 일을 조금 했을 뿐인데,여러분이 좋게 보신 것 같다“고 겸손해 하면서 ”나 자신이 큰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여성가장이고,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남쪽에서 자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나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많았다“며 ”큰 뜻이라기보다는 주변의 동생,친구,이웃의 문제를 저 나름대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다른 탈북여성들을 돕게된 동기를 설명했다.

 지난해 ‘1990년 전후 북한 주민의 식생활 양상 변화’를 주제로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박사는 현재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으로 있으며 올해부터 경인여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기회를 갖는 등 탈북한 이후 행운만이 찾아온 것 같다는 이 박사는 앞으로도 해마다 늘고 있는 탈북자들의 사회정착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을 지원해 탈북자사회의 리더를 세우고,탈북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나의 전공을 살려서 북한 요리를 가르쳐 북한 요리 지도자로 양성해 일자리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남과 북이 오래 헤어져 살다보니 문화적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에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남과 북의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식량난으로 남북 어린이들의 발육상태에 현저히 차이가 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면서 이 박사는 ”대북식량 지원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다만 북한 주민들에게 가야 할 식량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도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탈출한 이후 자신이 너무 많은 혜택을 누렸다며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힌 이 박사는 ”북한 주민들도 저와 같은 행운을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그는 탈북자들을 향해서도 ”어렵더라도 북한을 떠날 때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서로 포기하지 말고 도우면서 남한에 정착해야 한다“며 ”안정적으로 정착해 살아가는게 결국 통일을 위한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박사는 워싱턴 체류기간 의회를 방문,몇몇 의원들과 만나 북한 인권,탈북자 문제를 논의하고,국제여성단체 주최 행사에 참석하고,백악관에도 초청받아 참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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